과학계 전문가들은 글로벌 연구개발(R&D) 강화의 ‘모멘텀’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관련 투자를 늘리는 건 그동안 소외됐던 국제 협력 연구를 활성화하는 첫 걸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해원 단국대 조직재생공학연구원장은 5일 “한국은 주요국에 비해 글로벌 R&D 예산 비중이 상당 기간 정체돼 있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주요국의 정부 R&D 예산 중 글로벌 비율은 영국 5.3%, 독일 3.4%, 이탈리아 7.1%로, 우리나라(1.9%)와 차이가 난다. 류영대 한국연구재단 국제협력본부장은 “제대로 된 글로벌 R&D는 예산이 충분한 기관이나 주목도 높은 연구를 하는 일부에게만 기회가 있었다”며 “우리나라는 국제 협력에 있어서는 변방”이라고 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아진 상황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한국이 과학 선진국과 동등한 위치에서 ‘기브 앤 테이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병관 카이스트(KAIST) 연구처장은 “우리나라는 12대 국가전략기술 중 일부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다”며 “줄 거 주고, 받을 건 받는 개념의 협력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류 본부장은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지속되면서 서구 국가에선 우리나라를 협력의 대안으로 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은 합성 생물학, 반도체, ICT(정보통신기술) 등에서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국과 영국은 합성 생물학 공동연구센터를 구축하고, 양국 주요 대학 및 연구기관 간의 첨단 바이오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조 처장은 “합성 생물학은 2010년 중반부터 영국과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노력을 기울인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양자 기술의 경우 미국, 영국 등 선두 국가와의 협력을 통해 기술력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김 원장은 “메디컬도 차세대 먹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국제 협력이 반드시 필요한 분야”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국제 협력 연구에선 국가 간의 신뢰가 관건이라고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정권에 따라 글로벌 R&D의 방향성이 달라지는 건 상대국에게는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류 본부장은 “글로벌 R&D는 국가의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조 처장은 “국제 협력 사업을 계속 추진해서 연구진끼리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국제 지식재산권(IP) 문제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인력과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민아 임송수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