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강습·아빠캠프·방과후 교실… 다문화가정과 따뜻한 동행

입력 2023-12-07 03:05
그루터기 회원들이 국내에서 근무하는 베트남 근로자들을 초대해 식사 대접을 하고 있다. 그루터기 제공

비영리민간단체 그루터기(대표 이상배 목사)가 국민일보 ‘2023 기독교 브랜드 대상’(사회공헌 부문)을 수상했다. 국민일보는 “NGO 그루터기는 결혼이주여성을 비롯한 다문화 가족을 위해 헌신한 공로가 크다”고 시상 이유를 밝혔다. 기독교 브랜드 대상은 매년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거나 기독교 발전 및 사회복지 향상 등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 시상한다.

그루터기는 경북 포항 남구 연일읍 철강로71번길에 있다. 이 단체 대표 이상배(포항 영광교회·사진) 목사는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 12층 컨벤션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으로 결혼이민여성과 자녀들을 돌보고 있다. 그들이 건강한 가정을 세울 수 있도록 더 힘을 쏟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루터기의 시작은 한 명의 베트남 여성이었다. 이 여성은 한국인과 결혼해 2008년 한국에 도착했다. 하지만 신혼의 단꿈과 기대도 잠시, 언어와 문화 차이 등으로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던 중 그리스도의 복음을 들었고 교회에 매주 출석하며 차츰 안정을 찾게 됐다. 성경공부를 하고 세례를 받았고 집사 직분을 받았다. 자녀들 또한 교회학교에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이후 주위의 많은 결혼 이주 가정의 모범 가정으로 변했다.

이 목사는 “그루터기는 많은 결혼이주여성이 한국 국적 취득과 한국어 학습을 도와주길 부탁하며 설립됐다. 가정별로는 지속해서 학습하거나 교제를 나누기에 제약이 많았다. 이들은 대화와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사랑방 같은 그룹 모임 장소와 현실적인 도움이 필요했다. 이런 사정을 교회가 알게 됐고 도움을 주길 원하는 교인들의 기도와 후원 속에 NGO 그루터기가 탄생했다”고 설립 배경을 밝혔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결혼 이주를 배경으로 하는 다문화 가정들이 급속히 증가했다. 최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국내 다문화 가구는 약 38만 가구에 달한다. 국내 전체 가구 수가 2000만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약 2% 수준이고 가구원 수로 보면 112만명이다. 특히 의미가 있는 수치는 혼인율이다. 실제로 국내 혼인 건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결혼이민자 귀화자의 규모는 빠르게 늘고 있다. 국내 다문화 가족 혼인이 전체 혼인의 약 7.2%를 차지한다. 다문화 가정의 자녀 수도 2007년 4만4258명에서 2021년 28만9529명으로 7배나 증가했다.

이 목사는 “이들 가정의 안정된 결혼생활과 결혼이주여성들의 빠른 국내 정착을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다문화가족 지원센터’가 설립됐다. 그 무렵 2010년 우리 교회 중직자 한 분이 다문화가족 지원센터에서 일하게 됐고 교인 2명이 더 근무하게 됐다. 이후 교인들이 다문화 가족을 위한 언어 및 정서적 지원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루터기는 결혼 이민 여성과 자녀를 도울 수 있는 장소를 마련, 관련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타국에서 겪는 정서 문제, 문화적 차이, 언어적 한계를 돕고 있다. 결혼이민 여성을 위한 국적취득반을 운영한다. 한국 귀화를 원하는 많은 결혼 이주 여성을 위해 시작했다. 이 수업에 참여하는 많은 여성이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었다. 또 안정된 가정생활과 한국 국민으로 정착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한국어능력시험(토픽) 반도 운영한다. 한국어를 공부하고 토픽에 도전하는 결혼이민여성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한국어 실력을 향상하고 있다.

결혼이주여성 문화 수업은 한국 문화 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아빠 초청 캠프’를 열고 결혼이민여성이 그루터기에 와서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 설명한다. 남편에게 이주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이 단체에 대한 신뢰와 함께 남편과 결혼이민여성간 소통과 화합의 장도 마련하고 있다.

그루터기가 결혼이주여성을 위해 매주 목요일 리본 공예, 비누와 도자기 만들기, 화장법 등 다양한 문화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그루터기 제공

‘토요 디모데학교’는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에 예배를 드린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예배 속에서 하나님의 자녀임을 확인한다. 주일 예배 참석이 어렵더라도 하나님께 예배드릴 수 있도록 돕는다. 결혼이민여성들도 아이들이 예배와 말씀 안에서 변화되는 것을 보며 이 예배에 참석한다.

겨울방학에는 주 2회 특강을 진행한다. 다문화가정 중학생 자녀를 대상으로 코딩수업을 진행하고 직접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든다. 컴퓨터를 비롯해 각종 디지털 기계를 조립하고 작동하는 것도 교육한다. 방과후교실도 열어 국어와 수학 등을 지도하고 있다.

그루터기는 지난 3월 경상북도 비영리민간단체 대상 공익사업에 선정돼 ‘다문화가정 자녀의 사고 확장을 위한 독서 교실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지역사회 거주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수업도 진행한다. 카메룬 나이지리아 우간다 등 아프리카 국적 외국인 근로자들이 교회와 연결돼있다. 이곳에서 한국어를 배운 5명은 수업을 받으며 신앙을 얻었다.

포항시 가족센터에서 진행하는 다문화가정의 자녀 취학 준비 학습지원사업인 ‘기초 탄탄 다(多) 배움’을 위한 교육 장소도 제공한다. 그루터기 주제 말씀은 마태복음 28장 18~20절이다. 권두남 사무총장은 “소득 수준이 높아진 우리나라에 ‘코리안 드림’이란 이름으로 다양한 국적과 배경, 인종의 사람이 몰려들고 있다. 포항도 다양한 국적의 사람이 거주하는 지역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루터기 임직원은 이들이 우리나라에 머물든 본국으로 돌아가든 초대교회의 흩어진 제자처럼 선교의 사명을 가진 제자로 세워지길 기대하고 있다”며 “특별히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세상 문화를 복음의 문화로 바꾸고 복음으로 세상을 치유하고 살리는 올곧은 크리스천으로 세워지는데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