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국가 지정 소아 전문 응급의료센터였던 충남의 한 대학병원이 인력난으로 소아응급실을 단축 운영하기로 했다. 정부가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사이 의사들이 현장을 빠르게 이탈한 여파 탓이다.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충남의 A병원은 4일 ‘접수 불가’ 안내판을 내걸었다. 지난주까지는 주 7일 운영했지만 이날부터 월·화요일에는 환자를 받지 않는다. 소아 환자가 응급실을 찾아도 접수조차 불가능해 다른 병원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다. 소아 전문 응급의료센터는 소아 전담 응급실과 의료장비를 갖추고 전담 의사가 24시간 상주하는 기관을 말한다. 전국 10곳 중 수도권에 6곳이 몰려 있다. A병원이 이런 결정을 내린 건 당장 환자를 볼 의사가 없기 때문이다. A병원에는 총 7명의 소아응급 전문의가 있는데 이달 중 5명이 이미 그만뒀거나 사직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이들이 사직한 배경에는 소아 중환자가 몰리는 위험한 상황이 늘어나면서 동시에 책임은 무거워지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아 전문 응급의료센터 교수는 “다른 병원도 포화상태라 환자 전원도 어렵고, 위중한 중환자들을 다 끌어안고 있다 보니 사고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문제가 생겼을 때 법적 처벌로 갈 수 있는 상황을 목격하면서 두려움이 많이 커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소아응급 의사들은 이번 일이 A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A병원은 소아응급 분야 평가에서 줄곧 1위를 하는 등 ‘소아 전문 응급센터의 기준’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2010년 정부가 국내 첫 소아응급실로 2곳을 선정했을 당시부터 운영해 왔던 ‘1호 소아응급실’이었다. 현재는 10곳까지 늘어나긴 했지만, 다른 병원에서는 진료를 보지 못하는 과목도 있어 사실상 A병원이 경기도 이남 권역의 소아응급을 전담해 왔다.
김유나 차민주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