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논란 등 내부 폭로전 이어… 노조, 인적쇄신 참여 요구 시위

입력 2023-12-05 04:05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지난달 20일 경기도 성남 분당구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열린 4차 공동체 경영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청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카카오 내부 폭로전에 이어 노조가 쇄신 활동 참여를 요구하는 시위를 진행하는 등 카카오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갑질 논란과 문어발 경영 비판에 이어 검찰 수사까지 받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며 카카오는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카카오는 4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사옥에서 6차 공동체(계열사) 경영회의를 열고 현안을 점검했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겸 경영쇄신위원장이 주재한 이날 회의에는 카카오 내홍의 신호탄을 쐈던 김정호 경영지원총괄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그동안 회의 내용을 외부에 공개해온 카카오는 이번에는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최근 폭로전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김 총괄은 지난 22일 욕설 논란에 휩싸인 이후 개인 소셜미디어(SNS)에 욕설을 하게 된 경위에 더해 대형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 비리 의혹 등을 쏟아내며 폭로전의 포문을 열었다. 이에 해당 사업을 담당한 오지훈 부사장과 자산관리실 직원들이 사내 전산망에 이를 반박하는 장문의 공동 성명문을 올리며 갈등이 고조됐다.

사태가 진실공방으로 흐르면서 경영진 한 축은 치명타를 입을 전망이다. 안산데이터센터, 서울아레나와 관련해 수의계약 등 비위 의혹 당사자로 지목된 오 부사장 등 자산개발실 임원들은 직위 해제돼 조사를 받게 됐다. 김 총괄이 제기한 제주 ESG센터 의혹은 사내 준법경영실과 외부 법무법인이 공동 조사를 진행 중이다.

김 총괄도 징계를 피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김 총괄은 ‘개X신’이라는 욕설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김 총괄은 이날 카카오에 자신에 대한 징계를 스스로 요청했다. 다만 욕설 논란이 아닌 ‘100대 0 원칙 위반’을 이유로 들었다. ‘100대 0 원칙’은 ‘카카오 내부에서는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100%) 외부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보안을 유지하자(0%)’는 의미의 내부 원칙이다.

카카오 노동조합 ‘크루유니언’이 4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아지트에서 직원들의 경영 쇄신 활동 참여를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카카오 노동조합도 인적 쇄신과 직원의 경영쇄신 활동 참여 등을 요구하는 등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카카오 노조는 이날 ‘경영 실패 책임지고 인적 쇄신 시행하라’ ‘셀프 쇄신 그만하고 크루 참여 보장하라’ 등 요구 사항이 적힌 팻말을 들고 첫 시위에 나섰다.

카카오 노조는 입장문에서 “경영지원총괄의 SNS를 통해 폭로된 경영진 특혜와 비위행위는 독립기구인 준법신뢰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해 펙트체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크루들에게 공개해야 한다”며 “경영지원총괄의 폭언과 욕설은 직장 내 괴롭힘 기준에 부합하고, 좋은 의도가 있었거나 실수라고 해도 합리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카카오 노조는 매주 월요일마다 시위를 진행할 계획이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