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美공군, 싱가포르서 이례적 연합 훈련… ‘전략적 유연성’ 현실화?

입력 2023-12-05 04:04
미-싱가포르 연합훈련 ‘코만도 슬링’에 참가한 미 공군 F-16 전투기가 지난달 27일 경기도 오산 공군기지로 귀환하는 모습. 미 국방부 국방여상정보배포서비스 캡처

주한 미국 공군이 지난달 6~24일 싱가포르의 파야레바르 공군기지에서 싱가포르 공군과 ‘코만도 슬링’을 전개한 사실이 4일 알려졌다. ‘코만도 슬링’은 1990년부터 미군과 싱가포르 공군이 매년 실시하는 연합훈련이다. 군 당국에 따르면 경기도 오산에 주둔한 미 7공군 제51전투비행단(미 51전비) 산하 F-16 ‘파이팅 팰컨’ 전투기 6대와 조종사, 그리고 제36전투비행대대 소속 정비사 90명이 훈련에 참여했다.

그러나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는 것이 핵심 목표인 주한미군이 한반도 밖에서 제3국 군대와 연합훈련을 한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주한 미 공군이 다국적 연합 공군훈련에 참여하더라도 훈련 장소는 미국 네바다주 넬리스 공군기지 등 대부분 미국 영토였다.

이와 관련해 중국 견제 등 역외 임무 수행을 위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 차원에서 이번 훈련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미국은 2006년 한·미 외교 당국 간의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합의 이후 주한미군을 한반도에 붙박이로 두지 않고 분쟁지역 등에 신속히 투입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중 갈등이 첨예한 대만이나 중동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주한미군이 차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북한이 주한미군의 공백을 틈타 군사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또 미군이 다른 지역 분쟁에 개입하면서 한반도를 발진 기지나 후방지원 기지로 활용할 경우 한국이 국제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주한 미 공군 관계자는 “인근 태평양 지역 다른 국가들과도 훈련한 적이 있다”면서 “확고한 한국 방어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권중혁 박준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