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눌러담은 희망박스, 쪽방촌에 온기를 전하다

입력 2023-12-05 03:01
굿피플이 올해도 전국의 소외계층 2만3000가구에 23억원 상당의 사랑의희망박스를 전달했다. 굿피플 이사장인 이영훈(왼쪽) 목사가 4일 서울 중구 남대문 쪽방촌에 거주하는 김창수(가명)씨에게 식료품 등이 든 사랑의희망박스를 전달하며 위로하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제공

서울 중구 남대문 쪽방촌의 3.3㎡(1평) 남짓한 방에 거주하는 김창수(가명·56)씨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다. 한 달에 받는 수급비 60여만원이 소득의 전부다. 지적장애를 앓는 그는 현재 당뇨와 허리 수술로 거동까지 불편해 일하기 어려운 상태다. 김씨는 “집에 외풍이 심하고, 수돗물이 찬물밖에 안 나와 겨울이면 더 힘들다”며 “수급비에서 월세를 제하고 나면 남는 것이 별로 없어 난방비 부담을 덜려고 전기장판 하나로 겨울을 난다”고 말했다.

국제구호개발기구 굿피플(회장 김천수 장로)이 4일 연말연시를 앞두고 김씨처럼 겨울나기에 어려움을 겪는 소외이웃 돕기에 나섰다. 굿피플 이사장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는 이날 남대문 쪽방촌을 찾아 쪽방촌 주민들에게 식료품 등이 담긴 ‘사랑의희망박스’를 전하며 위로했다. 이 목사를 비롯해 김천수 회장, 오세훈 서울시장, 김병윤 구세군 한국군국 서기장관 등도 함께했다.

굿피플은 쪽방촌 방문에 앞서 서울시청 본관에서 서울시, CJ제일제당과 함께 ‘2023 굿피플 사랑의희망박스 박싱데이’를 진행했다. 박싱데이는 중세시대 교회에서 크리스마스 다음 날 옷·곡물·연장 등과 같은 생필품을 상자에 담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선물했던 관습에서 유래했다. 굿피플은 그 취지를 살려 2012년부터 매년 저소득층과 차상위계층 등 사회적 약자들이 추운 겨울을 따뜻하고 희망차게 보낼 수 있도록 ‘사랑의희망박스’라는 이름으로 소정의 물품을 지원해 왔다.

이 목사와 오 시장 등도 직접 사랑의희망박스를 포장했다. 박스에는 된장과 고추장, 밀가루, 참기름 등 17종 30여개의 식료품이 담겼다. 사랑의희망박스는 전국 굿피플 지역본부와 전국 푸드뱅크센터 등을 통해 남대문 쪽방촌 거주자 800가정 등 소외계층 2만3000가구에 전달된다. 모두 23억원 상당이다.

이 목사는 “많은 이들이 어려운 경제 여건으로 절망을 이야기하지만 우리는 이곳에서 희망을 이야기하며 희망을 만들어내려 한다”며 “성탄절의 근본 메시지가 낮아짐과 섬김, 희생인 만큼 우리도 예수님처럼 낮은 자의 모습으로 소외된 이들을 섬겨 그들을 향한 예수님의 희생적 사랑이 실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도 약자와의 동행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운영하나 부족한 부분이 있다”며 “굿피플 등 많은 분이 함께해 주셔서 그 빈 곳을 채울 수 있었다.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굿피플은 지금까지 국내외 28만4000명에게 사랑의희망박스를 전달했다. 누적 지원 규모는 약 263억원에 이른다. 여의도순복음교회도 매년 교회 예산의 3분의 1을 구제와 선교 사역에 집중 투입하고 있다. 그 규모만 매년 350억~400억원에 달한다.

한편 김씨는 최근 동네 주민 세 명에게 복음을 전하고 자신이 출석 중인 여의도순복음교회로 인도했다. 그는 남대문쪽방상담소에서 자원봉사 활동에도 참여하며, 구세군 자선냄비 자원봉사에도 매년 나서고 있다. 김씨는 “연말마다 이영훈 목사님께서 직접 식료품 등이 든 상자를 들고 찾아와 기도하고, 위로를 건네주신 데 대해 조금이라도 보답하고자 전도에 나섰다”며 웃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