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웅빈 특파원의 여기는 워싱턴] 민주당 핵심지지층 美 Z세대의 ‘굿바이, 바이든’

입력 2023-12-06 04:06
UPI연합뉴스·게티이미지

20대 이하 트럼프와 득표율차 24%p
최근 여론조사선 1%p차로 좁혀져
무슬림계 낙선운동·보수화에 타격
민주당, 인플루언서 등 동원 안간힘

“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는 전국적으로나 격전지에서나 큰 차이로 조 바이든을 누르고 있다. 주요 이유는 젊은이들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주 뉴스위크에 기고한 글에서 최근 NBC뉴스 여론조사를 언급하며 “젊은 미국인들이 바이든의 실패, 무능, 부패의 통치를 거부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바이든은 부채, 세금, 인플레이션으로 젊은이들의 꿈을 무너뜨리고 있다. 분노와 절망의 미래를 향한 길을 닦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8~34세 유권자 46%의 지지를 얻어 42%에 그친 바이든 대통령을 4% 포인트 앞섰다.

트럼프의 주장처럼 민주당은 핵심 지지층이던 젊은 유권자의 표심 이탈에 고심하고 있다. 가장 젊은 유권자인 Z세대의 이탈은 바이든 행정부의 친이스라엘 행보에 반발한 무슬림계의 지지철회운동과 맞물리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도를 가로막는 대형 악재로 부상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여론조사업체 해리스엑스에 따르면 지난주 가상 양자 대결에서 바이든은 42%, 트럼프는 46%의 지지를 얻었다. 해리스엑스 조사에서 18~34세 유권자의 41%는 바이든을 지지했다. 트럼프 지지율(40%)보다 불과 1% 포인트 높다.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의 18~29세 유권자 득표율은 트럼프보다 24% 포인트 높았다. 지난 대선 때 압도적인 지지를 보이며 바이든 승리를 견인했던 젊은 유권자 표심이 지금은 둘로 쪼개지고 있는 것이다.

무소속 주자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와 코넬 웨스트까지 포함한 가상 4자 대결에서 트럼프는 43% 지지를 얻어 바이든(37%)과 격차를 더 벌렸다. 4자 대결에서 18~34세 유권자의 37%는 트럼프를 지지했다. 바이든과 케네디 주니어 지지율은 각각 35%, 21%로 나타났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젊은층 유권자는 다자 대결이 펼쳐져도 크게 요동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반면 바이든을 지지하는 젊은층 가운데 상당수는 다자 대결 시 제3 후보로 이동했다. 이 같은 이동에 따른 반사이익은 트럼프가 가져가는 셈이다.

민주당은 유명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를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스위프트는 동성결혼과 동일임금 문제를 언급하며 지난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유권자 등록을 촉구하는 게시물을 올렸는데, 1시간 만에 3만5000명 이상이 등록했을 정도로 상당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스위프트는 바이든이 지난달 추수감사절 행사 연설에서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혼동한 가수이기도 하다.

백악관은 젊은층 표심을 되돌리기 위해 SNS 인플루언서들과 협업하며 ‘힙(hip)한 바이든’ 만들기에도 나서고 있다. SNS 팔로어가 많은 콘텐츠 제작자들을 백악관으로 자주 불러 주요 정책에 관해 설명하고, 그들이 이를 젊은층 기호에 맞게 전달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바이든은 지난 대선 때 인플루언서 프로그램 작업을 전담하는 직원을 12명이나 배치했는데, 이번에도 전담 직원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효과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CNN은 “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한때 바이든의 업적을 증폭시키는 데 도움을 줬던 일부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들이 협력을 지속할 것인지 갈팡질팡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인기가 워낙 떨어져서 백악관과의 협업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백악관을 방문해 바이든과 만난 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홍보 동영상을 SNS에 올렸던 인플루언서 애슐리 렌은 “정부가 하는 일과 국민이 원하는 것 사이에 큰 괴리가 있다”며 “지금 나라 상황이나 현 행정부에 대한 인플루언서들의 실망을 생각하면 바이든은 힘든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이스라엘 정책을 지지층 이반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한다. 이스라엘의 공습에 따른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상자 급증에 실망한 젊은층이 동요하면서 인플루언서 전략 등이 전혀 먹혀들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시간, 애리조나, 미네소타, 위스콘신, 조지아, 네바다, 펜실베이니아 등 핵심 경합지역의 무슬림 지도자들은 최근 ‘바이든을 버려라’ 캠페인을 진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전문가들은 무슬림계의 바이든 낙선운동에 일부 Z세대 유권자도 반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악시오스는 “젊은 진보단체 지도자들은 최근 바이든이 가자지구에서 군사작전을 재개한 이스라엘을 강력히 지지한 일 때문에 내년 수백만명의 젊은 유권자들이 집에 머물거나 제3당에 투표할 위험에 처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Z세대 일부가 보수화되고 있는 것도 바이든과 민주당에 악재다. 미국기업연구소(AEI)가 최근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Z세대 비율은 69%로 2년 전(80%)보다 11% 포인트 줄었다. 미국인 48%는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여겼는데, Z세대 남성들 사이에선 그 비율이 43%에 그쳤다.

악시오스는 “2024년 젊은 유권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공화당의 노력은 밀레니얼 세대보다 더 보수적으로 보이는 가장 젊은 남성 유권자들에게 초점을 둘 것”이라며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보수 학생그룹과 협력해 대학생들이 공화당 토론에 참석할 수 있도록 유도해 왔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