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알린 ‘숨은 기부’ 아쉬워” “유산 기부도 밝게 캠페인 했으면”

입력 2023-12-06 03:05

한국교회에서 여전히 부족한 나눔 분야는 ‘생전 유산 기부’이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유교 문화가 강하고, 자식에게 무언가를 물려주어야 한다는 인식이 공고하다. 국내 기부문화의 사각지대인 생전 유산 기부에 앞장서는 크리스천의 모습을 조명한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기부’(세아기) 시즌 2를 진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민일보 종교부는 유산 기부를 통한 나눔과 섬김으로 사회에 존경과 경외감을 불러오는 기독교의 모습을 전하자는 취지에 따라 지난해에 이어 2년째 유산 기부 특집 보도를 이어왔다.

세아기 시즌 1·2를 마무리하며 최근 취재기자 좌담회를 진행했다. 35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신학대에 기부한 목회자를 파악하고도 전하지 못한 사연 등이 언급됐다. 유산 기부 문제를 취재하면서 실제 기부 방식을 가족들과 얘기하게 됐다는 기자들의 고백도 있다. 지면에 미처 싣지 못한 이야기를 방담 형식으로 남긴다.

우성규 기자=세아기 시즌 2는 미국의 한해 유산 기부액이 58조원인데 반해 한국의 국세청이 파악한 연간 유산 기부 총액은 1300억원 정도로 미미하다는 스트레이트 기사로 시작했다. 그리스도인의 자선 실천 사례들, 나눔과 섬김은 세상을 변혁하는 출발점이란 목회자들의 기고문들, 유산 기부로 노년의 역동적 삶을 일궈가는 미국 영국 일본의 현지 이야기들, 유산 기부가 완성되기 위해선 자녀를 포함한 가족의 동의와 화목이 전제 조건이란 점과 실제 유산 기부를 실행하면서 겪는 디테일을 정밀 보도했다. 아쉬운 건 한 원로 목회자가 건물 전체를 기부해 선교사들의 숙소 등으로 활용할 계획인데, 보도 직전 단계에서 가족들의 인터뷰 사양으로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구제할 때에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마 6:3)는 예수님 말씀으로 크리스천 기부 문화 취재가 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손동준 기자=수도권의 한 목회자 역시 35억원 상당의 자택을 신학대에 유산 기부 형식으로 전했는데 학교 측 요청으로 파악하고도 보도하지 못했다. 유산 기부를 취재하면서 금액도 금액이지만, 실제로 실천하는 의지만으로도 숭고하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왜냐하면 유산 기부 방식 자체가 굉장히 복잡하고 어렵다. 여러 산을 넘어야 하고 제도적 장애가 많은데 그걸 의지를 갖고 돌파한 것 자체만으로도 훌륭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

김동규 기자=유언장을 직접 작성해보는 기사를 쓰면서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를 언급했다. 장례식 때 매우 슬펐는데 그걸 유산 기부란 긍정적 에너지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영국 같은 기부 선진국에선 죽음과 연관된 유산 기부도 가급적 밝은 분위기로 캠페인 하려고 노력했다. 이를테면 마라톤이나 걷기대회 등으로 유산 기부를 알리고 스미 앤 포드 같은 기부 단체를 위한 시상식도 하면서 젊은 층의 관심을 끄는 노력이 국내엔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였다.

이현성 기자=복음화율이 1%에도 못 미치는 일본에서 교회를 세우기 위해 수십억원을 기부한 모녀 사례를 취재했는데 화상통화로만 연락하고 실제 현장엔 가보지 못해 아쉬웠다. 국내에선 20대에서 40대까지 비교적 젊은 층의 유산 기부가 늘고 있다는 기사를 재조명해서 보람 있었다.

조승현 기자=한국도 금융 선진국들처럼 기부자 조언 기금(Donor Advised Funds) 방식을 활용했으면 좋겠다. 유산을 더 쉽고 간편하게 맡기고 기부도 더 효율적이고 유연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손 기자=취재에 응한 크리스천들은 오직 한 가지, 자신의 유산 기부를 자랑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보도를 통해 단 한 명이라도 기부에 동참하는 사람이 나오기를 바란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그런 모습에 경외감을 느끼게 됐다. 시리즈 덕분에 저도 유산 기부의 꿈을 꾸게 됐다. 아내와 아이들과 구체적 그림을 그려 나갈 것이다.

정리=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