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권 선교지는 선교계의 ‘난공불락’으로 통한다. 서구 교회가 635년 중국 선교를 시작으로 일찌감치 불교권 선교에 뛰어들었지만 선교적 열매가 기대 이하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국교회도 크게 다르지 않다. 1913년 중국 산둥성에 세 명의 선교사(김영훈 사병순 박태로)를 파송한 뒤 110년의 불교권 선교 역사를 갖고 있음에도 불교 선교에 관한 연구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최근 불교권 선교지를 이해하고 선교 전략을 나누는 자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태국 치앙마이에서 열린 불교권선교아카데미 주최의 선교 포럼에 이어 4일 국제선교단체 한국OMF와 선교교육단체 미션파트너스는 불교권 세미나를 개최했다.
‘묘책 없는’ 불교권 선교
고신총회세계선교회(KPM)와 국제선교단체 OMF의 협력선교사로 사역하는 손승호(67) 선교사는 지난 1일 서울 광진구 천호대로 SFC교육훈련센터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기독교와 불교가 너무 다르다 보니 동서양 불문하고 선교사들이 불교권 선교에 대한 뾰족한 묘책을 발견하지 못한 것 같다”고 짚었다.
선교사로 파송 받은 지 30년이 넘은 손 선교사는 최근 ‘불교권 선교 가이드’를 펴냈다. 불교권 선교 경험을 바탕으로 불교 역사와 교리, 선교 전략에 이르기까지 600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내용을 다뤘다. 교계에서는 처음으로 불교 선교를 집대성해 발간된 책이다.
불교, 이해하고 접근하라
‘지피지기 백전백승’은 선교에도 해당된다. 선교는 선교지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게 손 선교사의 주장이다. 그는 “불교의 창시자 붓다는 힌두교(유신론, 유아론)에서 종교개혁을 해 불교를 만들었다. 불교는 기본적으로 무신론, 무아론(인간이 죽으면 변하지 않으며 영원히 남아있는 영혼 역시 없다)에서 출발한다”며 “기독교 복음과는 출발선이 너무 다르므로 불교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교회의 불교권 선교 역사가 1세기를 넘긴 만큼 이제는 충분한 연구 없이 열정으로 ‘밀어붙이는’ 선교 방식을 지양하고 철저히 연구하며 선교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한국 선교계는 불교권 선교에 왜 관심을 가져야 할까. 한국선교연구원(KRIM)의 ‘2022 한국선교현황 통계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 국적의 장기선교사(2년 이상) 2만2204명이 파송됐는데 이 중 60% 이상인 1만여명이 아시아 불교권에서 사역 중이다.
손 선교사는 “불교권 인구는 전 세계에서 7억~10억명으로 추산된다. 불교도는 전체 인구 중 10% 정도”라면서 “불교권에 있는 한국 선교사들이 서구 선교사보다 효과적으로 복음 전파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고 분석했다.
상좌부불교부터 일본 불교까지
불교는 상좌부불교 등 크게 4종류로 구분된다. 스리랑카 미얀마 태국 등지에서 발달한 상좌부불교는 붓다를 신이 아닌 하나의 모델로 보며 개인 구원을 강조한다.
상좌부불교 후 수백 년 후 생긴 대승불교는 약 1000년 동안(주전 1세기~10세기) 많은 불경을 생산했다. 붓다를 신격화하며 중생 구원을 강조하는 게 특징이며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베트남 등에서 발전했다. 대승불교에 속한 일본 불교는 국가를 지킨 선조를 신으로 추앙하며 이를 불교에 접목한 특징을 갖는다.
티베트와 몽골에서 발달한 ‘티베트불교’(라마 불교)는 7세기경에 탄생했다. 경전을 통하지 않고 고행(오체투지 등)이나 특별한 방법을 통해 최고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본다.
미국교회의 전도법 ‘C2C’
손 선교사는 불교권에서 효과적인 선교 전략으로 미국 남침례교 해외선교부(IMB)에서 만든 전도법인 ‘C2C(Creation to Christ)’가 현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교회가 전도에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사영리’는 하나님의 존재를 인정하는 전제에서 시작되는데 이 방법은 무신론 개념이 있는 불교권에선 통하지 않는다. C2C는 온 세상을 창조한 하나님을 먼저 강조한다. 그는 “신개념이 없는 이들에게 천지와 인간을 창조한 하나님 존재를 극대화하며 우리를 위해 예수님이 오셨다는 복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손 선교사는 불교권에서 선교적으로 가장 주목할 나라로 미얀마를 꼽았다. 미얀마의 복음화율은 인도차이나반도의 불교 국가 중 가장 높다. 미얀마 주종족인 버마족의 복음화율은 낮지만 카렌족 등 소수종족의 복음화율은 높은 편이다.
손 선교사는 “미얀마는 다른 나라에 비교해 철저한 불교 국가로 알려져 있다. 오히려 선교사로서는 진리를 전하기 좋은 환경”이라며 “현지인들이 비교적 불교 교리로 무장되어 있다면 복음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평소에 느낀 종교의 한계 등을 돌아보며 복음에 귀를 기울일 확률이 높다”고 했다.
영성과 현지 언어는 필수
불교권의 선교 전략을 묻자 손 선교사는 깊은 영성과 능숙한 현지 언어로 준비돼야 할 것을 당부했다. “불교권 현지인이 복음으로 변화되려면 선교사부터 깊이 있는 영성으로 무장돼야 하며 현지인이 잘 세워지도록 해야 합니다.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더욱 협력하는 자세로 나가야 합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