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리더십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지난 9월 27일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내년 4월 총선 때까지는 안정적으로 당을 이끌 것이라는 내부 전망이 흔들리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 가장 큰 타격은 최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실형 선고로 사법리스크가 재점화된 것이다. 여기에 비명(비이재명)계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의 탈당 선언과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이재명 때리기’도 부담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 대표가 다시 흔들리게 된 결정적 계기는 김 전 부원장이 지난달 30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재판 결과다. 이 대표 본인도 최측근으로 인정한 김 전 부원장이 받은 돈이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정치자금으로 쓰였다면 관련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판이 우세하다. 당장 비명계에선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방탄정당’ 이미지가 강화될 위기에 빠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상민 의원이 3일 민주당을 ‘이재명 사당’ ‘개딸당’이라고 규정하며 공식 탈당을 선언한 점도 이 대표 입장에선 수습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에 더해 이낙연 전 대표가 본격적으로 이 대표를 겨냥한 장외 공세를 펼치기 시작한 점도 부담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30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가) 당장 일주일에 며칠씩 법원에 가는데 ‘이런 상태로 총선을 치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당연히 함 직하다”고 비판했다. 최근 공개적으로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한 이 전 대표가 시사한 신당 창당이 만약 총선을 앞두고 현실화한다면 이는 계파 갈등을 넘어 이 대표 리더십을 뿌리째 흔들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내년 총선과 차기 당대표 선거에 적용될 공천 룰·전당대회 룰 변경을 놓고도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계 간 갈등은 확산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애초 관련 룰 개정을 오는 7일 중앙위원회에서 온라인으로 의결하려 했지만 최근 의원총회에서 비명계 박용진 의원의 문제제기를 수용해 오프라인 회의까지 병행할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 계파 간 난상토론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대표는 현장·정책 행보를 통해 당 내외의 ‘이재명 흔들기’를 돌파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는 6일 총선 공약 2호인 ‘돌봄학교’ 정책 추진을 위한 현장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주 4050세대를 겨냥한 ‘간병비 급여화 정책’ 간담회에 이어 이번에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3040세대에 소구할 목적으로 현장 정책에 나선다는 것이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부모의 출퇴근 시간대에 맞춰서 자녀들 방과후 시간까지 넉넉히 커버할 수 있도록 돌봄센터 운영시간을 오후 8시까지 대폭 늘리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4일에는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서 ‘연탄 나눔 봉사활동’에 참여한다. 이 자리에는 이 대표를 비롯해 당 지도부, 최고위원 등이 대거 참석한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피부에 와 닿는 총선 공약과 현장 행보로 국민들에게 뚜벅뚜벅 다가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친명계 의원은 “이 의원 탈당은 예상됐던 일이고, 이 전 대표의 공격은 자충수가 될 것”이라며 “이 대표의 리더십이 일시적으로 흔들리는 것처럼 보일 뿐 대세에는 지장이 없다”고 주장했다.
신용일 기자 mrmonst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