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 무게로 머리중심 쏠려… 방치하면 목 디스크 우려

입력 2023-12-04 18:28

가상현실(VR) 기술로 데뷔한 아이돌 그룹이 최근 유튜브 국내 뮤직비디오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다. 이들은 가상의 아바타를 외형으로 활동하는 버추얼 그룹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VR 산업의 발전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국내 VR과 증강현실(AR)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약 20%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발전하는 기술에도 VR 기기의 무게가 0.5㎏에 달하는 등 경량화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고글처럼 눈앞에 고정하고 착용하는 VR 기기는 경추(목뼈)에 무리를 줄 수밖에 없다. 오랜 기간 착용하다 보면 자연스레 기기 무게로 인해 머리 중심이 앞으로 쏠리게 되는 ‘전방 두위’ 상태가 될 위험이 크다. 이처럼 머리가 앞으로 내밀어지는 현상을 우리는 흔히 거북목 혹은 일자목이라 부른다. VR 기기의 무게로 목 근육이 긴장하면 어깨도 안쪽으로 둥글게 말려 안정적으로 머리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게 된다. 이에 목·어깨에 통증이 발생하고 심해지면 턱관절 장애나 두통까지 초래한다. 방치할 경우 경추 사이 디스크(추간판)의 퇴행을 재촉해 목 디스크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특히 고개를 숙일 경우 경추에 가해지는 부담이 급증한다.

따라서 VR 기기를 착용하고 고개를 숙이는 자세는 지양하는 것이 좋다. 목의 부담을 풀어주기 위해 적어도 50분에 한 번씩은 기기를 벗고 스트레칭하는 것도 거북목 예방에 도움이 된다. 이미 거북목이 진행돼 통증이나 뻐근함을 느끼고 있다면 추나요법 등 의학적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추나요법은 한의사가 직접 틀어진 환자의 신체를 밀고 당겨 교정하는 수기 요법으로, 신체 불균형 치료에 효과적이다.

VR이 보여주는 환상적 세상도 현생(現生)에 문제가 없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앞으로 더욱 기대되는 VR 세상을 즐기기 위해서라도 목 건강에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왕오호 목동자생한방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