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비행기로 해외를 오간 여객 수가 사상 처음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국제선 승객 수를 앞지를 것으로 전망된다. 화물과 장거리 노선에 집중한 대형사와 달리 일본 동남아 등 중·단거리 노선을 공격적으로 확대한 전략이 팬데믹 3년간 누적된 ‘보복여행’ 수요를 대거 흡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3일 국토교통부 항공통계를 보면 올해 1∼10월 국내 LCC 9개사의 국제선 항공기 여객은 1951만9351명으로 이 기간 전체 국제선 여객 5506만7363명의 35.5%를 차지했다. 풀서비스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합친 1841만7514명(33.5%)을 110만2000명가량 웃돈다. 외국계 항공사 국제선 이용객(1713만498명)보다는 240만명 가까이 많다.
지금 추세가 이달까지 이어지면 올해 연간 LCC 국제선 여객 수는 2003년 국내 LCC 첫 출범 이후 처음으로 대형 항공사를 넘어서게 된다. LCC의 종전 최대 점유율은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하기 직전인 2019년의 29.5%로 이때도 FSC 2곳(37.5%)의 입지를 위협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LCC의 국제선 여객 점유율은 2013년 9.6%에서 3년 만인 2016년 19.6%, 다시 2년 만인 2018년 29.2%로 빠르게 앞자리를 높였다. 이 수치는 2019년을 정점으로 팬데믹 2년 차인 2021년 6.5%까지 주저앉았다. 이때 FSC의 점유율은 51.0%로 2014년 이후 7년 만에 다시 50%대를 기록했지만 해외여행자 자체가 거의 증발한 상황이라 점유율 확대에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려웠다.
팬데믹 종료 후 LCC가 FSC의 점유율을 따라잡는 속도는 과거보다 빨라졌다. 본격적인 국경 봉쇄 해제로 해외여행이 재개된 지난해 LCC가 전체 국제선 여객의 23.1%를 수송하는 동안 FSC의 점유율은 41.1%로 내려앉았다. 해외여행객이 폭증한 올해는 지난 10개월간 수치가 역전됐다. 올해 LCC의 2019년 대비 국제선 여객 회복률은 약 73%로 대형 항공사(54%)나 외항사(57%)를 크게 웃돈다.
항공업계는 엔데믹 전략에서 차이를 찾는다. LCC는 대형사가 미주 등 장거리 노선과 화물 시장에 주력하는 동안 일본과 동남아 등 주요 관광 노선을 재개하며 해외여행 수요에 부응했다.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과 기업결합을 진행 중인 탓에 사업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점도 점유율 방어에 고전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