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 47일 만에 또 슬쩍… 절도 전과 14범 잡아낸 ‘범죄데이터’

입력 2023-12-04 04:05
사진=뉴시스

60대 남성 A씨는 지난 10월 9일 오전 5시59분쯤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승강장에서 술에 취해 잠든 피해자가 지니고 있던 휴대전화를 빼낸 뒤 도주했다. A씨는 절도 관련 전과 14범으로 출소한 지 47일 만에 다시 또 다른 사람의 물건에 손을 댔다.

같은 달 13일 “잠든 사이 휴대전화를 도난당했다”는 피해자 신고를 받은 서울경찰청 지하철경찰대는 CCTV 영상 분석 등을 통해 A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A씨는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일회용 교통카드를 사용했으나 경찰은 20일간 잠복수사 끝에 지난달 18일 오후 동대문구 한 경륜장에서 A씨를 체포했다.

서울경찰청 지하철경찰대가 ‘범죄데이터’를 이용해 소매치기 등 범죄 검거율을 높이고 있다고 3일 밝혔다. 2021년부터 축적한 범죄데이터는 지하철에서 발생한 범죄를 유형별로 나눈 뒤 각 범죄가 발생하는 장소와 시간을 분석한 것이다.

예를 들어 2호선 강남역은 유동인구가 많은 출퇴근 시간에 개인 소매치기 범행이 많이 발생한다. 홍대입구역이나 건대입구역같이 술집이 많은 번화가는 심야 시간대 술에 취해 승강장에서 졸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부축빼기 범행이 빈번하다. 이외에도 CCTV 영상에 포착된 범죄 장면을 분석해 범행 수법을 유형화한 데이터도 범죄데이터에 포함된다.

범죄데이터를 활용하면서 지하철경찰대의 검거율은 지난해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소매치기, 부축빼기, 장물범 등 24명을 검거해 14명을 구속했는데, 올해는 총 46명을 검거해 25명을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엔 코로나 영향과 데이터가 막 쌓이기 시작했던 시점이라 데이터를 크게 활용하지 못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축적된 데이터를 많이 활용할 수 있었다”고 했다.

A씨 검거 역시 이런 범죄데이터가 도움이 됐다. 경찰은 A씨를 붙잡은 뒤에도 범죄데이터를 이용해 여죄 수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지난 10월 16일, 10월 28일에 저지른 2건의 추가 범행을 밝혀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