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의 한국 관광이 재개된 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국내 면세점업계는 불황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업계는 당초 10~11월부터 회복세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매출 회복이 더딘 분위기다.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업황이 개선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3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10월 면세점 외국인 이용객 수는 68만920명으로 전월(63만8030명)보다 6.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조805억원에서 1조937억원으로 1.2% 늘어나는 데 그쳤다. 면세점 외국인 이용객 수 증가가 매출액 증가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결과다.
면세점의 큰 손인 유커도 기대만큼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지 않았다. 중국 노선의 수요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뛰어넘은 미주·일본 노선과 달리 쉽사리 올라오지 않고 있다. 인천공항의 올해 1~11월 중국 노선 여객 수는 462만명으로, 같은 기간 1246만명이 방문한 2019년의 37% 수준에 그쳤다.
면세점업계는 유커 단체 관광이 허용된 지난 8월 당시 10~11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중국인들의 방문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중국의 내수 경기가 악화하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됐고, 한·중 관계도 멀어졌다. 원화가 강세인 데다 국내 물가가 크게 올라 중국인 입장에서 일본·태국보다 한국의 여행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엔화는 2019년과 비교해 위안화 대비 24.3%나 하락했다.
신지영 현대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국 내 체감경기가 악화하면서 코로나19 방역 조치 완화에도 불구하고 중국인들의 보복 여행 수요가 해외 대신 자국으로 집중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현대연구원에 따르면 3분기 중국인의 중화권(홍콩·마카오·대만)을 제외한 해외국가로의 출국 비중은 40.9%로, 2019년 3분기(61.3%) 대비 크게 둔화했다. 반면 철도를 이용한 국내 여객 운송은 배 가까이 급증했다.
면세점업계의 어려움은 실적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면세점 선두 업체인 롯데·신라면세점은 지난 3분기 적자 전환했다. 롯데면세점의 3분기 매출은 74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했고, 영업손실도 98억원을 기록했다. 신라면세점도 매출 845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9% 하락했고, 영업손실은 163억원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4분기에 외국인 관광객 입국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매출 증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며 “업황 회복은 내년 하반기쯤에나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