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개인’ 시대… 평신도들 신앙보다 개인의 행복에 더 관심

입력 2023-12-04 03:02
한국교회 평신도의 일상생활에 대한 관심은 가정의 행복과 마음의 평정심, 육체적 건강이 신앙보다 우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두드러진 현상이기도 하지만 이른바 ‘핵개인’ 시대로 접어들면서 나타나는 신앙생활의 개인화 흐름과도 무관치 않아보인다. 평신도 가운데 2명 중 1명은 신앙교육에 있어서 체계적인 성경·영성교육을 받고 싶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실천신대)와 21세기교회연구소(소장 정재영)는 목회데이터연구소, 한국교회탐구센터와 함께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국 개신교 신자들의 신앙 욕구 조사 결과를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여론조사전문업체 지앤컴리서치를 통해 지난 9월 21일부터 2주 동안 전국 만19세 이상 개신교인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다.

‘탈교회 시대, 평신도가 보내는 목회 시그널’을 주제로 한 설문에서 응답자들은 일상생활 항목별 관심도를 묻는 질문에 ‘가정의 행복’(93.4%·중복 응답)을 가장 많이 꼽았다. ‘마음의 평화와 안정’(91.0%)과 ‘육체적 건강’(90.9%), ‘경제적 안정·여유’(85.8%) 등이 뒤를 이었다. ‘믿음·신앙’은 83.5%로 5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는 ‘육체적 건강’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아졌으며, 관심은 높은데 만족도가 낮은 항목은 ‘육체의 건강’과 ‘경제적 안정’인 것으로 분석됐다.

신앙 관련 항목별 관심도에서는 ‘마음의 평안과 위로’(86.0%)가 가장 높았다. ‘가정의 행복’(83.7%) ‘삶의 의미와 목적’(78.8%) ‘영적 성숙’(76.4%)이 뒤를 이었다. 신앙심이 낮을수록 영적 성장보다는 개인의 행복과 안정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사단법인 청년의뜰 한병선 본부장은 “팬데믹 이후 타인과의 관계보다 개인주의적 경향이 강해졌다”며 “조사 결과는 이웃을 향한 관심보다 개인의 행복에 대한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교회도 피해갈 수 없는 시대적 사조”라고 해석했다. 바야흐로 사회뿐 아니라 교회도 핵개인의 시대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정재영 소장은 “팬데믹 이후 평신도들의 불안함이 반영된 반응일 수 있다”며 “교회는 평신도들이 균형 있는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교육과 안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평신도들이 출석하는 교회의 주요 설교는 ‘하나님과의 관계’(66.0%)에 대한 설교가 가장 많았고, 설교 주제는 ‘믿음과 순종’(26.5%)’ ‘하나님의 축복·형통한 삶’(16.8%) 등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평신도가 원하는 신앙교육은 체계적인 성경교육(36.0%), 개인 영성교육(18.0%), 일터 속 신앙인의 삶(12.5%) 등의 순이었다. 담임목사에 대한 설교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73%였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