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생각을 해봤다. ‘소비 행태별 성격유형 테스트’가 있다면 어떨까. 이를테면 백화점형 인간이라거나 온라인쇼핑형 인간 같은 식으로 나누는 것 말이다. 일단 대면, 비대면 여부에서 크게 두 축으로 갈릴 것이다. 가성비가 최우선이냐 취향을 중시하느냐 등의 소비성향도 기준으로 삼을 만하다. 구매 전 체크리스트를 만드는지 혹은 충동구매를 쉽게 하는지에 따라 구분하는 것도 가능하다. 아이쇼핑이 즐거운지 아닌지도 가늠자가 될 수 있다.
대면 구매를 선호하는 이들은 편의점, 대형마트, 백화점, 전통시장형으로 분류될 것이다. 특별한 목적 없이도 어슬렁대고 기웃거리며 구경하기를 좋아하는 이들이 이런 유형에 속할 듯하다. 새로 나온 상품을 우연히 맞닥뜨리는 걸 재밌어하는 타입, 계절과 트렌드의 변화를 스며들 듯 감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느끼는 경우도 이 같은 유형에 포함될 수 있겠다.
호객행위에 끄떡없는지, 가성비를 중시하는지, 넓지 않은 공간에 직원과 단둘이 있는 상황을 견딜 수 있는지 등에 따라 세부 유형은 갈릴 듯하다. 타임세일이나 마감세일에 걸려서 ‘의외의 득템’을 하는 상황을 즐기는 경우와 단호하게 뿌리치는 성향도 세부 유형을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있겠다.
움직이는 것을 즐기지 않고 비대면 구매를 좋아한다면 온라인쇼핑몰형으로 수렴된다. 이 타입은 회사명으로 세세하게 나눌 수 있다. 새벽배송 등 빠른 배송서비스를 중요하게 여긴다면 쿠팡형이나 컬리형이라고 칭할 수 있겠다. 가성비를 따지느냐, 취향을 더 중시하느냐의 갈림길에서 쿠팡형과 컬리형으로 나뉠 것이다. 최저가 검색을 중시한다면 네이버쇼핑형, 십일절이나 빅스마일데이 같은 대규모 할인 행사에 달아오르는 타입이라면 11번가형·G마켓형으로 부를 수도 있겠다. 쇼핑하기 전 체크리스트를 만드느냐 아니냐에 따라서도 유형은 갈린다. 체크리스트를 꼼꼼히 따지는 경우 목적성 구매 중심인 온라인쇼핑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한눈팔지 않고 필요한 것만 구매하는 타입이거나 체크리스트가 필수인 이들이 이 유형일 것이다.
이렇게 따져봤을 때 나는 ‘마트형 인간’과 ‘편의점형 인간’을 넘나든다. 어슬렁어슬렁 구경하기를 좋아하고 직접 만져보며 구매에 확신을 얻는다. 물론 충동구매에도 열려 있다. 체크리스트가 머릿속에는 대충 있지만, 실물 목록을 만들지는 않는다. 다만 구매 상한액이 낮은 수준으로 정해져 있어서 백화점형 인간은 되지 못한다.
‘소비하는 인간’인 현대인들에게 이런 식의 분류도 재미 삼아 해볼 만하다. 그런데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유형의 사람들도 있다. ‘스스로 쇼핑하지 않는 타입’이다. 전통시장이나 대형마트는 선거철이나 시찰 아니면 딱히 갈 일이 없다. 백화점은 결제만 하러 가고, 편의점은 오가며 간판만 보는 정도다. 쇼핑 앱을 다운 받아본 적도 없다. 필요한 건 다른 사람을 시키면 된다.
제도를 만드는 사람들,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 중 적잖은 이들이 이런 타입일 것으로 추측된다. 라면 가격 인하 같은 방식으로 물가를 잡으려는 모습을 보며 이 추측에 확신이 더해졌다. 직접 장을 본 적이 없으니 고작 라면값 50원 인하로 물가 하락을 체감할 리 없다는 걸 모르는 것이다. 그뿐이랴. 지하철을 타고 다니지 않으니 교통요금이 오르는 게 실감나지 않고, 전기요금을 직접 챙기지 않으니 공공요금 인상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것이다. 대출이 없으니 이자 비용의 부담도 잘 모른다. 본질은 외면한 채 곁가지만 흔드는 이유는 스스로 쇼핑하지 않는 이들이 소비자 경제 정책을 쥐락펴락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문수정 산업2부 차장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