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돼도 한·미 관계 낙관… 북·중·러·이란 협력, 가장 큰 안보 위협”

입력 2023-12-04 04:08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회장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사무실에서 특파원단과 인터뷰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에드윈 퓰너(82)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회장은 내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더라도 한·미 관계는 강력한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새로운 악의 축인 북한과 중국, 러시아, 이란의 협력 강화가 내년 가장 큰 안보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퓰너 회장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워싱턴 특파원단과 코트라가 공동 진행한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의 아주 좋은 친구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자신이 한·미 양자관계에서 경제적으로 이룬 성과에 대해 자랑스러워할 것이 많다”며 “나는 양국 관계의 미래에 대해 상당히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1973년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을 설립한 퓰너 회장은 워싱턴 정가의 대표적인 친한파 인사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오커스(미·영·호주 안보동맹)를 통해 영국을 태평양과 연결하고, 캠프데이비드 협정과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한·미·일 3국 관계를 강화한 외교 성과를 더욱 발전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2016년 트럼프 대선 캠프에서 외교정책 고문을 맡았던 퓰너 회장은 “트럼프는 예측 가능한 사람은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료들과의 대화에서 알게 된 한 가지는 그가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재협상한 사실을 매우 자랑스러워했다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는 트럼프가 당선되면 미국과 한국이 예측 가능한 경쟁의 장을 갖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퓰너 회장은 “트럼프는 (재선 시) 한·일의 새로운 긴밀한 관계를 다뤄야 할 것”이라며 “한·일이 더 잘 지낼 수 있다면 미국에도 훨씬 이익이 된다. 나는 트럼프가 한·미·일 3국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길 바라고 그렇게 하도록 격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퓰너 회장은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2024년, 세계가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은 트럼프’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너무 과장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조지프 리버먼 전 상원의원이 북·중·러·이란을 새로운 악의 축으로 지목한 점을 언급하며 “나에게 2024년의 가장 큰 위협은 악의 축이 군사적·전략적 이익뿐만 아니라 경제적 관계 측면에서 더욱 강력하게 협력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퓰너 회장은 “트럼프 행정부와 바이든 행정부 모두가 배운 건 6자회담이나 그와 유사한 시도가 의도는 좋더라도 효과가 없다는 것”이라며 “더는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진정으로 존중하는 건 상대의 힘과 결속력”이라며 “한·미·일은 긴밀히 연결되어 있고, 북한이 38도선 너머의 지역적 위협이 아니라는 점을 모두에게 상기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퓰너 회장은 “트럼프가 (백악관으로) 돌아오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양자관계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며 “분명 미래에는 그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퓰너 회장은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인상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미국은 한국 대통령이나 외교부 등 좋은 친구들과 가까이 일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며 “한국과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상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지지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음을 인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미·중 관계 개선에 대해선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장기적으로 좋은 경제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에 대해 초당적 회의론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화는 태양광 패널 사업을 중국에서 조지아주로 옮겼고 삼성은 휴대전화 생산을 중국이 아닌 베트남에서 한다”며 “중국을 벗어나 다른 곳으로 옮기려는 시도와 노력이 전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