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블록체인 메타버스 등 최첨단 기술이 신앙생활에 변화를 주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서울비전교회(신현수 목사)에서 열린 2023 IT 선교 콘퍼런스(ITMC)에서는 이 같은 변화상이 소개됐다. 2013년 시작해 2년마다 열리는 ITMC는 한국 선교계의 다양한 주체들이 모여 IT를 활용한 선교 전략을 공유하는 자리다.
AI 기술 발달로 성경은 ‘읽는 것’을 넘어 ‘듣는 것’으로 확대되고 있다. 추헌엽 보이셀라 대표는 강의에 앞서 음성파일 하나를 재생했다. 파일 속 창세기를 낭독하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2011년 별세한 하용조 온누리교회 목사였다. 목소리와 어조가 영락없는 하 목사였지만 AI가 생성한 가상 음성 파일이다.
가상음성 콘텐츠 플랫폼인 보이셀라는 듣는 책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바쁜 현대인이 성경을 가깝게 접하도록 AI 오디오 성경을 고안했다. 이동원(지구촌교회 원로) 유기성(선한목자교회 원로) 조정민(베이직교회) 이재훈(온누리교회) 목사 등도 AI 기술로 오디오 성경을 제작했다.
스튜디오에서 40분가량 음성을 녹음하면 AI가 이를 학습해 오디오 성경으로 만들어 준다. 추 대표는 “코로나로 성도들이 모이지 못할 때 AI 오디오 성경이 신앙생활의 좋은 동반자가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성경뿐 아니라 칼럼과 묵상 콘텐츠까지 응용 폭이 넓어지고 있다.
헌금 생활에는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이포넷(대표 이수정)이 운영하는 블록체인 기반 기부 플랫폼 ‘체리’가 대표적이다. 체리는 2019년 론칭해 현재 380여개 기부 단체와 함께 1900여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누적 기부금은 110억원을 넘겼다. 체리 애플리케이션 내 ‘단체 전용 페이지’는 유튜브 영상을 연동하거나 회원들의 걷기 챌린지 등을 탑재할 수 있다. 임성근 이포넷 과장은 “단체 전용 페이지를 활용하는 교회들이 늘고 있다”며 “유튜브를 통해 사역하는 교회가 많아졌는데, 체리에선 온라인 예배를 드리는 동시에 헌금도 드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교사 교육에서도 디지털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2001년 출범한 기술과학 전문인 선교회(FMnC)는 스마트비전스쿨(SVS)이라는 이름으로 디지털 영역에서 활동할 선교사를 배출하고 있다. 이들에게 코로나는 뜻밖의 기회였다. 여호수아 FMnC 총무는 “팬데믹 기간에 오프라인으로 하던 교육을 전면 온라인 가상공간으로 옮겨야 했다”며 “온라인 전환 후 기존에 10명이 듣던 강의에 70명씩 들어오는 현상이 포착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선교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지만 온라인 공간은 양상이 다르다”며 “디지털 시대의 선교 동원과 훈련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