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 한반도 문제 빠진 미·중 회담

입력 2023-12-04 04:06

미·중은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에서 우발적인 무력충돌을 막기 위해 군사 분야의 고위급 대화 채널을 복원했다. 이제 우리의 관심은 한반도 정세다. 미·중 간 긴장이 완화된다면 과연 한반도 안정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까? 미·중 갈등이 한반도의 불안정과 한국 외교의 부담이 돼 왔던 전례를 상기하면 미·중 타협에 대한 기대가 없을 수 없다.

그런데 정작 정상회담의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기대보다는 오히려 우려가 앞선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듯하다. 특히 중국 외교부가 내놓은 정상회담 발표문에는 아예 한반도 문제는 빠져 있다. 중국은 비록 형식적일지라도 항상 짧게나마 ‘한반도 비핵화와 안정’이라는 전형적인 문구를 담아 왔다. 중국은 이를 통해 한반도에서의 영향력을 과시하고 북한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메시지도 전달해 왔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발리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발리 정상회담 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기자회견 자리에서 “시진핑 주석에게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나 핵실험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북한에 분명히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미국은 당시 북한 문제를 정상회담에서 중요하게 다뤘음을 시사했다.

그런데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도 한반도 문제를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다. 백악관 자료에 바이든 대통령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의지를 강조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회담 후 바이든 대통령의 단독 기자회견에서도 한반도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 미·중은 비록 북핵 문제와 관련해 실질적 합의에 이루지 못해도 최소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의견을 같이해 왔음을 줄곧 강조해 왔다. 특히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도발과 북·러 정상회담 등으로 한반도 정세가 매우 불안정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가 거의 다뤄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중 경쟁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북핵 문제는 해법이 모색되기보다 오히려 양국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 북한이 미·중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혹여라도 더욱 강도 높은 도발을 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하게 된다.

한·중 간 전략적 소통이 긴밀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의 행보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체제 안정을 겨냥하여 주변 정세의 안정을 도모하는 한편 미국과의 경쟁에 대응해 주변 지역을 중심으로 우군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은 북한이 연이은 도발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의 빌미를 제공한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특히 북한이 신냉전을 주창하고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면서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은 북한, 북핵 문제 등으로 미국과의 갈등이 확대되는 것을 피하고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것도 억지하면서 북한을 관리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미·중 양국이 한반도 문제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지 않은 새로운 국면은 우리에게 도전이면서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한·미동맹에 대한 신뢰가 굳건해진 만큼 이제는 한국이 당사자로서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외교 구상을 마련해 구체적인 전략과 행동을 취하면서 외교 공간을 개척해야 한다. 북한 위협에 직접 노출된 한국이 복잡한 국제정세에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중국, 북한에 대해서도 과감하고 주도적인 제안을 하면서 돌파구를 마련해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길 기대해 본다.

이동률 동덕여대 중어중국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