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진술 신빙성 대부분 인정… ‘428억 약정’ 수사 탄력

입력 2023-12-01 04:02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지지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부원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1심 재판부는 30일 핵심 쟁점이었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진술 신빙성’을 대부분 인정했다. 유씨 변심에서 시작된 자백 진술이 상당 부분 유죄 증거로 쓰였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이 향후 이 대표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대선 경선자금 명목 금품수수 배경으로 지목된 이른바 ‘428억원 약정’ 및 수수자금 사용처에 대한 검찰 수사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조병구)는 이날 “유씨는 범행의 주요 부분과 관련해 비교적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으며 정치자금 전달 당시 감각적인 경험을 세밀하게 진술하고 있다”며 대부분 진술 신빙성을 인정했다.

앞선 재판에서는 유씨가 번복한 진술의 신빙성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김씨 측은 첫 공판에서 검찰이 유씨의 구속 연장 여부 등을 두고 플리바게닝(유죄협상)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반면 유씨는 진술 번복의 이유로 “(이 대표 측이 보낸) 변호사가 도무지 날 생각하는 것 같지 않았다”며 배신감을 토로했다.

재판부는 유씨의 배신감과 추가 구속에 처할 상황 등이 태도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추가 구속 등 궁박한 처지를 이탈하려는 의도나 김씨 측이 지적하는 인간됨 등의 사정을 들어 진술 신빙성을 일괄해 배척할 수는 없다”며 “각 진술을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김씨가 알리바이를 입증하기 위해 증인으로 내세웠던 이홍우 전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장의 위증 논란은 김씨 법정 구속의 근거가 됐다. 이씨는 정치자금 수수 일자로 의심되는 2021년 5월 3일에 김씨를 만났고 그 일정이 휴대전화 캘린더에 적혀 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해당 휴대전화를 없앤 정황이 발견돼 위증 논란이 일었다. 검찰이 이씨에 대해 위증 혐의로 청구한 구속영장은 기각됐지만, 영장심사를 진행한 법원은 “이씨가 위증과 자료 조작을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이 ‘대장동 의혹’의 최종 몸통으로 이 대표를 지목하고 있는 만큼 이번 판결이 이 대표 재판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검찰은 이 대표 측이 대장동 민간업자들로부터 대장동 수익금 중 428억원을 받기로 약정했다고 의심한다.

유씨는 앞서 재판에서 428억원 약정 의혹과 관련해 “(이 돈은) 이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이 대표에게도 해당 지분을 받기로 한 사실이 공유됐다고 주장했다. 대선 경선 직전까지 대장동 수익금 교부가 되지 않자 김씨가 유씨에게 ‘경선자금이 필요하다’며 수차례 자금 마련을 독촉했고, 결국 정치자금 6억원이 전달됐다는 게 김씨 공소사실의 요지다.

실제 불법 정치자금 전달 사실이 인정되면서 자금수수 혐의 전 단계로 지목된 428억원 약정 의혹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검찰은 해당 약정이 이 대표 배임 혐의 동기라고 의심하지만 이 대표 기소 단계에선 관련 의혹을 제외하고 보강 수사를 진행해 왔다.

전달된 불법자금의 사용처를 밝히기 위한 수사 동력이 확보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검찰은 김씨가 받은 불법자금이 실제 이 대표의 대선 경선자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사용처에 대한 수사는 계속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향후 검찰 수사는 수수금액 6억원이 실제 어디에 쓰였는지, 이 대표가 금품수수를 인지했거나 묵인했는지 등을 규명하는 데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이 대표가 “측근이라면 정진상, 김용 정도는 돼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을 만큼 최측근 인사로 꼽힌다.

검찰은 김씨가 받은 자금 중 1억원은 이 대표의 대선후보 경선 기탁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다. 다만 이 대표 측은 해당 돈은 기탁금을 내기 위해 갖고 있던 현금과 모친상 조의금이라는 입장을 낸 바 있다.

양한주 임주언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