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보 이상 임원 20% 줄여… KT 김영섭號 대규모 물갈이

입력 2023-12-01 04:03
연합뉴스

김영섭 KT 대표가 지난 8월 취임 이후 첫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조직 정비 차원의 소폭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상무보 이상 임원의 20%를 줄이는 ‘칼바람 인사’를 했다. ‘이권 카르텔’ 논란을 잠재우고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한 조직 개편도 추진키로 했다.

KT는 30일 내년도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KT 관계자는 “조직을 합리적으로 쇄신해 기업의 준법경영을 강화하고, 떨어진 대외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조직 개편”이라고 말했다.

KT는 ‘대표 리스크’로 2023년 인사·조직 개편을 추진하지 못했다. 이에 2년간 누적된 인사 교체 수요를 단번에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다만 김 대표가 취임 직후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고 단언하면서 소폭 인사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KT는 이번 인사에서 상무보 이상 임원을 20% 축소했다. 상무 이상의 임원은 98명에서 80명으로, 상무보는 기존 312명에서 264명으로 규모를 대폭 줄였다. 이권 카르텔로 지목됐던 전무급 인사 다수도 옷을 벗게 됐다. KT의 상무보는 상무와 상무대우 사이 직책이다. KT는 “그간 KT 그룹사의 핵심 보직이 KT 임원들의 퇴임 수순으로 활용됐던 기존의 관행을 폐지하고 전문성과 역량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인사를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구현모 지우기’는 이번 조직 개편의 키워드다. KT는 구현모 전 대표 체제의 핵심 부서로 꼽히던 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을 역할 중복이라는 이유로 해체했다. 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은 구 전 대표가 ‘디지코(DIGICO·디지털플랫폼기업)’ 전략을 위해 만든 조직이다. KT는 대신 최고전략책임자(CSO),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인사책임자(CHO), 경영지원부문장(CSHO) 등을 CEO 직속으로 편제했다. 또 기존 ‘AI·DX융합부문’을 ‘전략·신사업부문’으로 바꿔 체질변화를 꾀한다는 구상이다. 정보기술(IT)부문과 융합기술원(R&D)을 통합해 ‘기술혁신부문’도 신설했다. 이와 함께 디지코 대신 ‘고객의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드는 디지털 혁신 파트너’로 김 대표 체제의 기업 비전을 확정했다.

KT는 또 법무, 윤리(감사), 경영지원 부서장을 외부에서 영입했다. “일 잘하는 사람이면 어떤 출신이든 상관없다”는 김 대표의 경영철학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KT가 디지털 혁신 파트너로 도약하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