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조명환 (20·끝) 하나님의 사역은 내 인생 최대 영광 “God is enough”

입력 2023-12-04 03:01
조명환(앞줄 왼쪽 세 번째) 회장이 3일 서울 영등포구 월드비전 본사에서 직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월드비전 제공

어느새 월드비전에서 세 번째 겨울을 맞이한다. 월드비전에 오고 나서 사역, 즉 하나님의 일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실감하곤 한다. 월드비전에 오면서 사실 내가 하나님의 사역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3년째가 되는 지금의 나는 생전 처음으로 ‘사역자의 삶’을 살고 있다고 고백한다. 또 누군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인생의 절정’이 언제였는지 물어본다면 바로 월드비전 회장으로 일할 때였다고 자신 있게 답할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일이 숭고하고 가치 있지만 월드비전에서의 일은 단순한 직업 차원을 넘어 하나님의 도구가 되었다는 사명감과 무거운 책임감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나 같은 죄인이 어떻게 하나님의 선택을 받아 하나님의 일을 하는 도구가 될 수 있었을까. 내 인생 최대의 영광이고 최고의 감사 거리이다.

월드비전에 오기 전 5년간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알리는 간증 사역자로서 활동했다. 그렇게 하나님의 계획과 인도하심을 더 깊이 깨닫게 하시고 영적으로 무장시킨 것이 바로 월드비전으로 이끌게 하시려는 하나님의 놀라우신 계획이 아니었을까. 하나님의 도구로 선택됐다는 것은 국민의 선택으로 대통령이 된 것보다도 더 영광스러운 것 같다.

사람들이 가끔 나에게 월드비전 회장을 마치고 나면 어떤 계획이 있는지 물어온다. 하지만 이미 하나님의 사역이라는 인생 최대의 영광스러운 일을 마쳤고 이것 역시 나의 계획이 아닌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니 그저 남은 인생도 하나님께 맡길 뿐이다. 기도제목이 있다면 앞으로 이러한 나의 사역을 끝마치는 그 순간까지 잘 감당해내는 것이다.

이제까지는 내 가족과 나만을 위해 달려왔다면 이제는 전 세계 더 많은 아이가 굶주림과 고통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우리 직원들과 한마음으로 아동을 살리는 이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몸도 마음도 지치지 않길 기도하고 있다.

2021년 취임식에서 나는 한국월드비전을 전 세계 월드비전 파트너십 중 두 번째로 큰 규모의 후원국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선포했다. 이것은 단지 내 능력으로 생각하고 계획해서 선포한 것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비전이다. 놀랍게도 3년째 되는 지금 조금씩 그 목표에 가까워지고 있다. 올해 기준으로 모금액이 52% 성장했다. 실패와 좌절의 연속이었던 지난 20대, ‘꼴찌 박사’로 살았던 30~50대를 돌아보니 하나님의 쓰임을 받는 모든 순간이 하나님의 은혜이다.

시편 37편 5절의 말씀을 나누고 싶다. “네 길을 여호와께 맡기라 그를 의지하면 그가 이루시고.” 하나님만을 의지하고 이끄시는 대로 왔더니 인생의 절정을 맞이하게 됐다. 지난 19회 동안 나의 인생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꼴찌였던 나를 지금의 자리로 이끌어주신 하나님의 모습을 목격했으리라.

나는 남은 임기 동안 더 많은 아이를 품을 수 있기를 소망하며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길 것이다. 사역을 끝마쳤을 때 하나님 한 분만을 바라보며 달려왔다고 고백하길 기대하면서 말이다. 하나님 한 분이시면 우리 인생은 족하다. “God is enough!” 이 말이 모든 분의 간증과 고백이 되길 소망한다.

정리=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