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기일만 6차례… 사법부 신뢰 훼손 대표적 재판 지연 사례

입력 2023-11-30 04:07
문재인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으로 기소된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정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은 2020년 1월 기소 이후 1심 선고까지 3년 10개월이나 걸려 사법부 신뢰를 훼손한 대표적 재판 지연 사례로 꼽힌다. 29일 유죄로 인정된 선거개입으로 수혜를 본 송철호 전 울산시장은 재판 중인 2022년 6월 재선까지 도전했다가 낙선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는 법언을 법원이 지키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번 재판은 피고인이 15명이고 사안이 방대한 점, 코로나19로 인한 휴정 기간 등을 고려해도 지나치게 장기화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 재판장이었던 김미리 부장판사는 2020년 1월 29일 사건을 배당받은 후 공판준비기일만 6차례 열었다.

김 부장판사는 2021년 2월 법원 정기 인사에서 서울중앙지법 최장 3년 근무 관행을 깨고 유임돼 ‘코드 인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부장판사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점이 거론되면서 ‘의도적 재판 지연’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 부장판사는 2021년 4월 20일 질병 휴직했고, 재판부 재구성 끝에 기소 1년 4개월 만인 2021년 5월 10일 첫 정식 공판이 열렸다. 재판 진행 중 형사21부 소속이었던 김상연 부장판사도 2022년 2월 질병 휴직했다. 올해 2월 법관 정기인사로 재판부가 교체됐고, 김미경 부장판사가 재판장을 맡아 선고까지 진행했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은 수사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당시 여권과 검찰 간 극심한 갈등을 촉발하기도 했다. 수사는 2019년 11월 서울중앙지검이 울산지검으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으며 본격화됐다.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취임 닷새 만인 2020년 1월 8일 수사를 지휘했던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을 제주지검장으로 좌천 발령냈다. 이어 중간간부 인사에서 수사 지휘라인이 잇따라 좌천돼 ‘윤석열 사단’이 사실상 해체됐고, 이는 추 전 장관과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갈등으로 이어졌다.

검찰은 2020년 1월 10일 선거개입 의혹 관련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실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청와대 거부로 아무 자료도 확보하지 못했다.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수사팀의 기소 의견에 반대하면서 윤 총장이 직접 기소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약 4년 만에 1심에서 청와대와 경찰의 조직적 선거개입이 유죄로 인정되면서 정치적 파장도 작지 않을 전망이다.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은 2017년 10월 당시 울산시장이었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측근 관련 첩보를 수집한 후 ‘경찰 수사가 이뤄지게 해 달라’는 취지로 문모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전달한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됐다. 범죄첩보서는 경찰청을 거쳐 2017년 12월 울산경찰청에 하달됐다. 이후 울산경찰청은 김 대표 측근 관련 사건 수사 상황을 2018년 2월부터 6월 지방선거 이전까지 총 18차례 청와대에 집중적으로 보고했다. 관련 보고에는 사건 관계인 진술과 특정 증거물 압수예정 보고까지 포함돼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 차원 공식 입장을 내지 않은 채 침묵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개인 문제로 축소하려는 기류도 감지된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개인적인 일에 이러쿵저러쿵 뭐라고 하겠냐”고 말했다.

이형민 박장군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