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전 국민의 열망을 담아 민·관 합동으로 2030년 부산엑스포 유치를 추진했지만 실패했다”며 “엑스포 유치를 총지휘하고 책임을 진 대통령으로서 부산시민을 비롯한 우리 국민 여러분께 실망시켜 드린 것에 대해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쯤 용산 대통령실에서 부산엑스포 유치 불발과 관련해 예고에 없던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 투표에서 부산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크게 뒤진 결과가 나온 데 대해 “저 역시 96개국 정상과 150여 차례 만났고, 수십개국 정상과는 직접 전화통화도 했지만 민·관이 접촉하면서 저희가 느꼈던 입장에 대한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 모든 것은 전부 저의 부족이라고 생각해 주십시오”라며 “우리 민·관은 합동으로 정말 열심히 뛰었다. 이것을 잘 지휘하고 유치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대통령인 저의 부족”이라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윤 대통령은 특히 “부산엑스포 유치는 단순히 부산만의 발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서울과 부산을 두 축으로 균형발전을 통해 비약적인 성장을 하기 위한 시도였다”면서 “엑스포 유치는 실패했지만 이러한 우리 국토의 균형발전 전략은 그대로 추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외국에서 보면 대한민국 하면 서울밖에 모른다. 일본도 도쿄와 오사카 두 개로 인식하고 있다”며 “그래서 저는 두 개(서울과 부산)의 축을 세계에 알리고, 이를 거점으로 해서 영호남 지역의 발전을 견인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와 박형준 부산시장, 최태원 SK그룹·이재용 삼성전자·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면서 고마움을 전했다.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지난해 10월 30일 이태원 참사 이후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엑스포 유치 불발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면서 불필요한 논쟁을 차단하기 위해 주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윤 대통령은 투표 결과 발표 이후 이날 새벽 4시까지 참모들과 통화하며 아쉬움을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윤 대통령은 이날 “대선에 출마하기로 하고 2021년 7월 부산에 가서 2014년부터 엑스포를 유치하기 위해서 정말 애써온 부산시민들의 열망을 목격하고, 또 정부에서 좀 지원을 해줬으면 하는 아쉬움과 무관심에 대한 실망감도 느꼈다”면서 에둘러 문재인정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하지만 사우디에 90표나 뒤진 개표 결과와 관련해 정부의 외교력 및 정보력 부재가 드러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임은정 공주대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BIE 회원국이 ‘오일머니’만으로 사우디를 뽑은 것은 아닐 것”이라며 “정부가 너무 긍정적으로 판단했던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약 61조원으로 추산됐던 경제효과도 물거품이 됐다.
그러나 이번 유치 과정을 통해 ‘국제 네트워크’를 얻었다는 평가도 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국이 국제 지평을 넓혔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이는 향후 수출·투자 유치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시는 엑스포 유치 재도전을 고려하고 있다. 박 시장은 “정부, 부산시민과 충분히 논의해 2035년 엑스포 유치 도전을 합리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경원 정현수 박준상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