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골목 인근에 불법 구조물을 설치한 혐의로 기소된 해밀톤호텔 대표 이모(76·사진)씨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참사 발생 1년1개월 만에 관련자에게 내려진 첫 사법적 판단이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정금영 판사는 29일 이씨에게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호텔 운영법인 해밀톤관광과 임차 법인 디스트릭트에도 각각 벌금 800만원과 100만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씨가 해밀톤호텔 뒤쪽 라운지바 ‘브론즈’에 연결된 테라스를 무단 증축한 혐의를 인정했다. 법원은 이씨 등이 2019년 구청 단속으로 이 구조물을 철거했다가 다시 무단 증축해 건축법과 도로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브론즈 운영자 안모(40)씨도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다만 재판부는 참사 골목에서 원래 도로보다 폭을 20㎝가량 좁게 만든 ‘붉은색 가벽’ 불법 설치 혐의에 대해선 이씨에게 죄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호텔에 대한 외부 침입 차단이나 내부 시설물 보호로 지어진 해당 담장이 도로를 침범한 건 인정한다”면서도 “담장이 건축선의 수직면을 넘어 축조됐다는 사정을 이씨가 몰랐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씨는 앞선 공판에서 호텔 북쪽 테라스 불법 증축 사실은 인정했지만 서쪽 가벽의 불법 증축 혐의는 부인해 왔다.
재판부는 참사 전날 고객 대기장소로 쓸 시설물을 무단으로 설치한 혐의로 기소된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소재 주점 ‘프로스트’ 대표 박모(53)씨에 대해서는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