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디한 기독교 문화 위해 힘쓸 것”

입력 2023-12-02 03:08 수정 2023-12-04 18:14
화장품 브랜드 블레스문의 문은빈 대표는 좋은 화장품을 만들 뿐 아니라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전하려는 비전이 있다. 문은빈 대표 제공

화장품 브랜드 ‘블레스문’의 문은빈(35) 대표는 업계에서 ‘예수쟁이’로 통한다. 블레스문은 2019년에 문을 열었다. 창업 후 4개월 만에 출시된 첫 제품 ‘블문킷’은 다수의 해외 박람회에서 호평을 받았고 부산 대표 창업기업 ‘브라이트 클럽’ 30개사에 이름을 올렸다.

코로나19가 성행했던 2020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한 스타트업 대회 ‘2020 스텝 애니웨어 콘퍼런스’에 참가해 200여개 스타트업과의 경쟁 끝에 최종 3위에 오르는 성과를 이뤘다. 그 덕분에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벤처투자도 받았다.

사역을 위한 사업

하지만 문 대표가 창업하게 된 계기는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면서다. 그는 부산에서 사업을 하는 아버지 밑에서 4년간 일을 배우며 하나님을 깊이 만났다. 모태신앙인 그는 구원에 대한 확신은 있었지만 하나님나라를 위해 어떻게 살고 무엇을 위해 태어났는지에 대한 고민이 꼬리를 물었다.

그렇게 미래를 고민하던 문 대표는 서른 살이 되던 해 기도를 통해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어느 날 수요예배에 참석해 기도하던 중 문 대표의 머리에 환상과 같은 장면이 보였다고 한다. 무대 위에서 문화사역을 펼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었다. 실제로 문 대표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화장을 하는 등 자신을 꾸미고 연출하는 것에 관심과 재능을 보였다.

최근 서울 성동구 블레스문 본사에서 만난 문 대표는 “문화사역의 범위가 매우 넓지만 그중에서도 공연이나 찬양 사역에 열정이 남달랐다”며 “나의 DNA는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이라고 믿었다”고 고백했다.

블레스문이 출시하고 있는 제품들. 문은빈 대표 제공

하지만 투입하는 자본에 비해 많은 수익이나 열매를 내기 어려운 게 문화사역의 냉혹한 현실이다. 부담 없이 사역을 펼치기 위해서는 재정이 필요했다. 문 대표는 “매일 기도하면서 아이디어를 구했다”며 “그러던 중 받은 응답이 화장품 사업이었다”고 설명했다.

애초부터 화장품 관련 일을 할 마음은 없었다고 한다. 기도 응답을 받은 그 순간에도 단순히 화장품을 팔고 번 돈으로 문화사역을 하라는 뜻으로만 알았다. 하지만 하나님의 계획은 그의 상상을 초월했다. 회사 규모와는 달리 훌륭한 조언자와 파트너를 만났고 화장품 기업이 가진 한계를 뛰어넘었다.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전하다
문 대표(왼쪽)가 월드비전 조명환 회장에게 아프리카 말라위 블레스문스쿨 설립을 위해 기부하는 모습. 문은빈 대표 제공

문 대표의 목표는 블레스문이 진출한 모든 나라에 학교를 세우는 것이다. 블레스문은 현재 30개국에 화장품을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엔 월드비전을 통해 인도에 블레스문스쿨을 세웠다. 지난 9월에는 아프리카 말라위에 두 번째 블레스문스쿨을 세우기 위해 기부했다.

문 대표는 “아직도 국민 상당수의 의식주를 해결하지 못한 국가가 많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건 교육이라고 생각한다”며 학교를 세우게 된 이유를 밝혔다. 이어 “블레스문스쿨을 통해 전 세계 모든 이에게 자신은 하나님께 축복받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문 대표의 기부 철학도 확고해 교육 선교 또는 교육 사업에만 기부하고 있다. 블레스문 창업 후 기부한 금액만 1억원이 넘는다.

기독교 문화의 트렌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기독교도 이제는 엄숙한 것에서 조금은 벗어나 트렌디해질 필요가 있는 것 같다”며 “블레스문이 존재하는 이유도 기독교와 세상의 문화가 조화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 이름에 담긴 의미도 비슷한 맥락이다. 블레스문은 ‘축복받은 사람들’을 의미한다. “너희 땅이 아름다워지므로 모든 이방인들이 너희를 복되다 하리라 만군의 여호와의 말이니라.” 말라기 3장 12절 말씀은 회사의 정체성이나 다름없다.

“말라기 말씀처럼 세상에 아름답지 않은 존재는 그 어디에도 없어요. 하나님은 우리 모두를 아름답게 지으셨고 지금도 매 순간 축복하고 계신다고 믿어요. 아직 하나님을 만나지 못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어요.”

그럼에도 1순위는 예배

문 대표에게 1순위는 일도 아닌 예배다. 서울 오륜교회(김은호 목사)에 출석 중인 그는 지난 21일까지 진행된 다니엘 기도회에서 찬양팀 싱어로 섬겼다. 예배는 그에게 일주일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평일에도 예배는 빠지지 않는다. 매주 수요일 점심엔 자신처럼 뷰티업계에서 종사하는 이들과 예배를 드린다. 이 시간에는 CEO 직함을 내려놓고 예배 리더로 변신한다.

문 대표는 “아무래도 뷰티 업계가 유혹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20명 남짓한 신우회 회원이지만 예배를 드리며 서로를 위해 중보하고 뜨겁게 찬양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의 이 같은 우선순위는 해외에서 중요한 거래처 관계자가 방한하더라도 절대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가끔 관계자들한테 예배드리러 오지 않겠냐고 물어보기도 해요. 블레스문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건 하나님의 아이디어였고, 지금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하루하루 그분의 지혜를 구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뿐이에요.”(웃음)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