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전환으로 사망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정부가 내년도 화장시설 신설·보수 예산을 대폭 줄여 편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코로나19 확산 당시의 ‘화장대란’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도 장사시설설치 사업 예산에 384억원을 편성했다. 올해 예산(519억원)보다 26% 줄어든 수준이다. 특히 공설 장사시설 설치 예산은 올해 486억원에서 35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장사시설설치 사업은 화장시설과 화장로의 신·증축과 유지·보수를 지원한다.
사망자 증가와 장례 문화 변화 등으로 화장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와 반대되는 예산 편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도 지난 27일 고령화 영향으로 장례서비스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1년 화장률이 90.8%에 이르는 등 화장문화가 정착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화장문화 정착으로 관련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예산은 줄인 셈이다.
화장장 부족 문제는 코로나19 확산 때 직면한 바 있다. 당시 1일 사망자가 300명에 육박하는 등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전국 화장시설은 포화상태가 됐다. 사망 장소 인근에서 화장하지 못해 대기하고 인근 지역으로 옮겨 화장할 곳을 찾아 헤매는 경우도 발생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전국 화장시설 61곳에서 즉시 가동할 수 있는 화장로는 예비 화장로를 제외하면 321개다. 연간 34만6680구를 화장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사망자 중 화장된 경우는 34만2128구로 빠듯한 수준이었다.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서울 소재 화장로에서 1년간 화장할 수 있는 인원은 3만4560명이다. 지난해 서울에서 5만1622명이 화장했다. 1만7062명은 사망 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화장했다는 뜻이다. 다른 지역에서 화장한 경우는 경기(2만6719명) 부산(1만1444명) 대구(5321명) 등에서도 발생했다.
화장장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충분한 시설을 갖추기 위한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
입법조사처는 지난해 5월 ‘초고령사회 대비 화장시설 설치현황과 과제’ 보고서에서 화장로 유지·관리 예산 부족을 화장 대란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일반적으로 화장로 1기 신설에 6억원이 드는데 국고 지원 단가가 이에 미치지 못해 지자체 부담이 커지고, 화장로 신축이 더뎌진다는 것이다.
국회도 화장시설 관련 예산 감액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내년도 예산안 예비심사검토보고서에서 “고령화로 사망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장례문화 변화에 따라 화장수요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장사시설 설치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강화되어야 할 것으로 이러한 감액은 바람직한 정책 방향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