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웨어러블 기기, 손 작동법에 운명 달렸다

입력 2023-11-29 04:07
스마트폰의 뒤를 이을 주자로 웨어러블(착용 가능한) 기기가 주목받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는 터치스크린이 아예 없거나 스마트폰보다 훨씬 작은 제품이 많다. 결국 웨어러블 기기의 운명은 스크린을 벗어난 ‘손을 통한’ 작동법이 얼마나 편리하게 받아들여질지에 달려 있다.

애플이 내년 출시하는 가상현실 헤드셋 ‘비전 프로’. 비전 프로는 사용자의 손과 발, 목소리, 눈동자 움직임 등으로 제어된다. 뉴시스

28일 외신 등에 따르면 애플은 내년 3월 가상현실 헤드셋 ‘비전 프로’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 제품은 지난 6월 ‘세계개발자대회(WWDC) 2023’에서 처음 공개됐다. 고글처럼 머리에 쓰는 비전 프로는 손과 발, 목소리, 눈동자 등으로 기기를 제어한다. 비전 프로에 달린 카메라 12대 중 2대가 손의 움직임을 인식한다. 예를 들어 허공에 뜬 화면을 조작할 때 손을 사용한다. 손 움직임으로 복잡한 게임을 할 수도 있다.

미국 스타트업 ‘휴메인’은 옷에 붙여 사용하는 ‘AI 핀’을 최근 공개했다. AI 핀은 화면이 없는 작은 사각형 모양이다. 손 움직임과 음성으로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낸다. 손바닥이 화면 역할을 한다. 기기에 탑재된 레이저가 손바닥에 정보를 표시하는 식이다. 예컨대 전화가 왔을 때 기기에 손을 가까이 대면 누가 전화를 걸었는지 표시된다. 손 움직임으로 재생 중인 음악을 바꿀 수도 있다. 애플 임원 출신 부부가 만든 이 제품이 ‘포스트 스마트폰’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스타트업 ‘휴메인’이 공개한 인공지능(AI) 비서 ‘AI 핀’. 옷에 붙여 사용하며 손동작이나 목소리로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낼 수 있다. 휴메인 제공

올해 출시된 ‘애플워치9’에는 ‘더블 탭 제스처’라는 기능이 도입됐다. 시계 화면을 터치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쓸 수 있다. 애플워치를 착용한 손으로 엄지와 검지를 두 번 맞대면 전화를 받고 끊거나, 음악 재생·정지를 할 수 있다.

이들 제품은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인 디스플레이(화면)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WWDC 2023에서 “비전 프로는 더 이상 디스플레이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확장현실(XR·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아우르는 개념) 기기는 손을 자유롭게 할 뿐 아니라, 몸동작으로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블룸버그통신은 27일(현지시간) “애플은 손동작이 터치 스크린을 대체할 수 있다고 ‘베팅’하고 있지만, 이러한 도전은 실패했었다”고 보도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10년 신체 움직임을 인식하는 기기 ‘키넥트’를 게임기 ‘엑스박스’에 적용했으나 판매 부진을 겪었다. 미국 스타트업 ‘리프 모션’은 2013년 손동작만으로 화면을 조작할 수 있게 하는 장치를 내놨지만 불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