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월 18~23일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했을 때 4박6일간 모두 47개국 정상을 만나 부산의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 지지를 호소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당시 윤 대통령은 상대국의 낮은 직급 직원들에게도 먼저 다가가 두 손을 잡기도 했다”면서 “상대국의 기록요원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했던 모습은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1년6개월간 양자회담 형식으로 부산엑스포 지지를 호소한 국가는 150개국을 넘는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 때마다 “한 말씀만 더”라고 말하는 습관도 생겼다고 한다. 부산엑스포가 언급되지 않은 채 정상회담이 끝날 것 같으면 “한 말씀만 더”를 꺼내고 지지를 호소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특히 한국의 경제발전을 강조하면서 저개발국가와 개발도상국들에 공을 들였다. 윤 대통령은 “성장을 이룬 대한민국의 경험을 전 세계 국가와 공유해 국가 간 격차를 줄여나가겠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놓았다. 윤 대통령은 또 6·25전쟁 때 국제사회의 원조물자를 받던 부산이 경제성장의 중심지로 변모했듯 이젠 부산이 세계에 도움을 돌려줄 때라고 역설했다.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들은 “부산이라는 도시의 서사가 매우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남겼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BIE 투표가 임박하면서 대통령실과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혈전” “총성 없는 전쟁”이라는 말이 나왔다. 정부는 각국의 지지 현황을 분주히 파악해 맞춤형 대책을 세웠다. 문서상으로 지지를 표한 국가도 있고 장관급이 공식적으로 지지를 언급한 곳도 있었지만 지지가 비공식적 수준에 머물거나 고민하는 모습을 보인 국가도 많았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정보전’은 이런 ‘부동표’ 국가를 놓고 벌어졌다. 사우디는 한국과 만난 국가를 파악한 뒤 재차 교섭에 나서 ‘표심’을 흔들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프랑스 방문 때 행사에서 BIE 회원국이 있는 테이블을 일일이 돌았고, 귀국한 뒤에도 개최지 투표 직전까지 일정을 쪼개 각국 정상과 전화통화를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3일 영국 국빈방문 당시 처칠기념관 방문을 취소했는데, 이 또한 부산엑스포 유치 관련 업무를 하느라 불가피하게 벌어졌던 일로 알려졌다.
정부와 기업이 ‘원팀’으로 뛴 것도 한국의 특징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할아버지인 이병철 회장이 1953년 부산에 공장을 설립했다”고 부산과의 인연을 말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유치위원회 민간위원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코노미석을 타고 BIE 회원국으로 향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한 유럽 국가의 외교관은 개최지 발표 이전에 “부산은 이미 큰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이 외교관은 “부산은 자유민주주의와 국제 연대를 상징하는 도시가 됐고, 미래와 문화의 중심으로 자리매김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한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