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한 전기차 시장, 보급형으로 뚫는 완성차 업계

입력 2023-11-29 04:03

최근 주춤해진 전기차 시장에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보급형 전기차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관건은 낮은 가격에도 주행거리 등 성능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다.

볼보코리아는 28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X30(사진)을 최초 공개했다. 한국엔 내년 상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1회 충전으로 최대 475㎞(유럽인증 기준) 주행이 가능하다. 배터리를 10%에서 80%까지 26분 만에 충전할 수 있다. 보급형이지만 부족하지 않은 성능을 갖춰 공개 전부터 관심이 뜨거웠다. 볼보코리아는 내년 예상 판매량을 2000대로 잡았는데, 사전예약 알림 신청자만 5000명을 넘었다. 관건이었던 가격은 4000만원 후반부터 시작한다. 보조금도 100% 받을 수 있다. 최근 위축된 전기차 시장을 감안해 가격을 책정했다. 이윤모 볼보코리아 대표는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했을 뿐 전기차로 향하는 트렌드는 변함이 없다”며 “가격이 전기차 선택의 걸림돌이라는 걸 안다. (EX30의 가격을) 프리미엄 내연기관차 수준으로 책정했다”고 말했다.

보급형 전기차로 위축된 전기차 시장을 돌파한다는 전략을 쓰는 건 다른 완성차 업체도 마찬가지다. 기아는 지난 9월 소형 전기차 레이EV를 2775만원에 내놨다. 한 달 뒤 EV데이를 열고 3000만원대 구매가 가능한 EV3, EV4, EV5를 동시에 공개했다. KG모빌리티는 전기차 토레스 EVX의 가격을 사전계약 때 4850만~5200만원으로 책정했지만 실제 판매가는 4750만~4960만원으로 낮췄다. 현대자동차는 내년에 경형 SUV 캐스퍼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소비자 구매력이 떨어진 것도 완성차 업체가 서둘러 보급형 전기차를 꺼내들게 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한국시장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전기차 전환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중국에선 중저가 전기차 판매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기아는 최근 중국에서 EV5를 시장 예상보다 낮은 14만9800위안(약 2700만원)에 출시했다. 최근 기아가 추진하는 고급화 전략을 내려놓고 가격 경쟁력을 택한 것이다.

가격을 낮추더라도 성능이 떨어지면 소비자는 지갑을 열지 않는다. 특히 주행거리는 소비자가 전기차를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다. 그러다 보니 저렴하면서도 멀리 달릴 수 있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사용이 확대되는 추세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