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당무감사 후폭풍… ‘물갈이’ 타깃 영남권 의원들 좌불안석

입력 2023-11-29 04:06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가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김 대표는 김포시의 서울 편입 등 메가시티 구상에 대해 “제로섬 게임이 아닌 윈윈 게임”이라고 말했다. 이한형 기자

국민의힘에서 당무감사가 끝난 이후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신의진 당무감사위원장이 당무감사를 실시한 당협위원회 204곳 중 46곳(22.5%)의 당협에 문제가 있다고 27일 밝힌 것이 후폭풍을 몰고 왔다. 특히 국민의힘 텃밭인 영남권 의원들의 동요가 심상치 않다.

당무감사위원회는 내년 총선 ‘컷오프’(공천 배제) 대상 권고자 명단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당무감사위가 당 지지율보다 개인 지지율이 낮은 현역 의원을 공천관리위원회에 보고할 것이라고 결정한 데 대해 ‘영남 물갈이’에 나선 게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때마침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당무감사 결과 낮은 점수를 받았다는 현역 의원 22명의 명단이 ‘사설 정보지’(지라시) 형태로 유포되면서 국민의힘 내부는 더욱 술렁거렸다. 국민의힘은 이 지라시 작성·유포자를 찾아 처벌해 달라며 28일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친윤(친윤석열)계 유상범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저희가 기본적으로 영남에 베이스를 한 당의 성격을 갖고 있어서 아무래도 그쪽에서 의원들의 교체가 좀 많을 수밖에 없다”며 “(의원 수가) 많으니 당연히 물갈이 대상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의 전체 지역구 의원 89명 가운데 영남 지역구 의원들은 56명으로 약 63%에 달한다. ‘텃밭’인 만큼 대규모 ‘물갈이’를 추진해도 승리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그러나 영남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람만 많이 바꾼다고 총선에서 이기는 게 아니다”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대구·경북(TK) 지역의 한 의원은 “여론조사 지지율을 ‘컷오프’ 근거로 할 경우 일은 안 하고 인지도만 높은 사람이 유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16년 총선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은 불출마와 컷오프, 경선 패배 등을 포함해 현역 146명 중 53명(36.3%)을 교체했다. 2020년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현역 의원 교체 폭을 47.8%(현역 의원 92명 중 44명 교체)로 올렸지만, 의석수는 더 줄었다.

현재 국민의힘 소속 영남 지역구 의원 56명 중 절반인 28명이 초선 의원이다. 다른 영남 의원은 “영남에는 아무나 공천을 줘도 당선된다는 생각이 팽배하니까 선거철마다 물갈이 주장이 나오는 것”이라며 “내년 총선에서도 영남권 물갈이가 이뤄질 경우 또 초선이 쏟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준석 전 대표가 창당을 예고한 신당이 TK를 정조준하는 것도 변수다. 국민의힘 공천에서 컷오프된 현역 의원들이 대거 ‘이준석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이 전 대표가 6~7명의 TK 현역 의원을 확보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당무감사 이후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지자 국민의힘은 당무감사 결과 하위 22명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명단을 지라시 형태로 작성·유포한 사람을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죄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이종선 박민지 박성영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