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은닉, 탈세 유튜버 늘었다… 국세청, 101명 조사

입력 2023-11-29 04:03
김동일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이 28일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에서 특수관계인 명의를 이용해 재산을 부당하게 이전한 체납자 224명과 가상자산으로 재산을 은닉한 체납자 237명, 고수익을 올리며 납세의무를 회피한 1인 미디어 운영자 및 전문직 체납자 101명 등 562명에 대해 재산추적조사를 실시해 올해 상반기까지 1조 5000억 원의 체납세금 징수하고, 채권을 확보했다고 밝히고 있다. 뉴시스

구글에서 받는 연간 광고 수입액이 5억~10억원인 유튜버 A씨의 삶은 화려하다. 수시로 해외여행을 다니며 호화 생활을 누린다. 소득이 많은 만큼 내야 할 세금이 수억원이지만 A씨는 이를 회피하는 길을 택했다. 소득 일부를 친인척 명의 계좌로 이체해 강제 세금 징수를 대비했다. 당장은 납세 의무를 피한 것처럼 보였지만 결과는 그의 생각과 달랐다. 국세청은 A씨에게 재산은닉 혐의를 적용하고 친인척 계좌까지 추적조사를 했다. 국세청은 이렇게 얻어낸 정보를 토대로 체납액 징수를 위해 사해행위(채권자를 해하는 채무자의 행위) 취소 소송을 걸 예정이다.

스마트폰 판매업자인 B씨 역시 재산은닉 혐의로 국세청 감시망에 걸렸다. B씨 사업장은 경기 침체 속에서도 매년 매출액이 늘고 있다. 내야 할 세금도 그만큼 늘었지만 B씨는 소득을 축소 신고했다. 신고하지 않은 수익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로 전환해 은닉했다. 투자 겸 재산 은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은 것이다. 이 행위는 수익 대비 소득신고 금액이 적어 이를 수상하게 여긴 국세청의 재산추적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국세청은 체납세액 징수를 위해 B씨의 금융 계좌를 동결하는 조치로 대응했다. 가상화폐를 현금화할 수 있는 창구를 아예 틀어막은 것이다. 결국 B씨는 이 조치 해제를 위해 체납액을 모두 납부했다.


국세청이 유튜버 등 1인 미디어를 포함해 고액 체납자 562명을 대상으로 재산추적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국세청이 1인 미디어를 대상으로 재산추적 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처음이다.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아 재산추적 조사 대상에 오른 이는 앞서 A씨를 포함, 101명으로 추계됐다. 그만큼 고수익을 올리는 1인 미디어가 늘었다는 뜻이다.

재산을 가상화폐 형태로 은닉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조사 대상 중 237명이 가상화폐 형태로 체납액을 빼돌렸다. 가상화폐를 보유한 체납자 중 B씨처럼 고의성이 짙은 경우로 한정했는데도 대상이 적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국세청은 고의적 체납액이 점점 늘고 있다는 점에서 친인척 명의 재산까지 강도 높은 조사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2019년 기준 2조원이던 체납 징수액은 지난해 2조5000억원으로 3년 사이 25%나 늘었다. 김동일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지능적 고액 체납자에 대해서는 은닉 재산을 끝까지 추적해 징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