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침체기에 ‘버팀목’으로 성장한 삼성전자의 자회사 하만이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오디오 플랫폼을 인수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한다. 그동안 ‘왜 했나’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주도의 하만 인수전 성과가 전장(자동차 전기·전자 장비)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전장·오디오 제조사 하만은 세계 최고 수준의 오디오 플랫폼인 ‘룬(Roon)’을 인수했다고 28일 밝혔다. 삼성전자는 전장·오디오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2017년 3월 하만 지분 100%를 사들여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번에 하만이 인수한 룬은 미국 뉴욕에서 2015년 설립된 음악 재생 플랫폼이다. 최상의 사운드를 제공하도록 설계된 재생 엔진 기술을 갖췄다. 하만은 최근 연이어 기업 인수를 하면서 덩치를 키우고 있다. 이달 초에는 프랑스에 기반을 둔 오디오 소프트웨어 회사인 플럭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을 인수한 바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하만의 룬 인수에 대해 “전 세계 음악 애호가들에게는 상당한 파급력이 있는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룬의 기술을 활용해 하만의 글로벌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룬은 고유의 고음질·멀티스피커 전송 기술(RAAT), 광범위한 메타 데이터 수집·관리, 탁월한 개인화·음악 추천 기능 등으로 업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만 관계자는 “이번 인수로 매년 약 10%씩 성장하고 있는 홈 오디오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 세계 와이파이 스피커 시장 규모는 2027년 125억 달러(약 16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하만의 양적·질적 성장은 삼성전자에도 희소식이다. 프리미엄 차량 위주의 고사양·고급 제품 판매 전략을 펴는 삼성전자에 이번 룬 인수는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하만의 자동차 오디오는 도요타, BMW, 르노, 아우디, 볼보, 폭스바겐, 제네시스 등 주요 완성차에 공급되고 있다.
앞서 하만은 기대 이하의 실적을 내면서 삼성전자의 애물단지로 여겨졌다. 2016년 9월 등기이사에 오른 이 회장은 전장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꼽으며 당시 해외기업 인수가액으로는 사상 최대인 약 80억 달러(약 9조3700억원)를 하만에 쏟아부었다. 하지만 2020년 영업이익 600억원을 기록하며 저조한 성과를 냈다. 그러나 2021년 영업이익 6000억원을 낸 데 이어 지난해에는 8800억원으로 증가했다. 반도체 불황으로 인해 삼성전자 실적이 고꾸라진 올해도 3분기까지 8300억원의 누적 영업이익을 올렸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