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 탁탁탁! 쓱싹쓱싹.”
28일 오전 경기도 광주 서울장신대(총장 황해국 목사) 목공반 실습실. 문을 열자 희뿌연 톱밥 가루와 특유의 목재 냄새가 온몸을 휘감는 듯했다. 강의실에는 중년의 남성 10여명이 저마다 톱을 들고 나무자재를 자르거나 자로 길이를 재고 있었다.
망치·대패질 배우는 목회자들
서울장신대 평생교육원에서 주관하는 목공반이 눈길을 끄는 건 개척교회 목회자를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라는 점이다. 목회 현장의 사역자들이 목공 기술을 통해 선교적 소명을 구현하고 자비량 사역의 실천을 돕겠다는 취지다. 목수(요셉)의 아들이자 목수로 일했던 예수 그리스도의 일터 사역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동시에 요즘 ‘뜨거운 감자’인 이중직 목회 또는 자비량 목회 준비생들의 최전선 같기도 했다.
평생교육원 프로그램이지만 신학교에서 자비량 내지는 이중직 목회자를 위한 강의를 개설한 것은 이례적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에 따르면 소속 교회 9400여곳 가운데 3분의 1정도(34%)인 3200곳이 자립대상이지만, 지원을 받는 교회는 2100여곳뿐이다. 나머지 1000곳 넘는 교회는 생계 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현실인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황해국 서울장신대 총장은 “자체 조사를 해 보니 미자립교회 목회자 상당수가 대리운전을 비롯해 택시와 배달 등의 일을 하고 있었다. 생계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목공과 같은 전문 기술을 배우면 함께 배우는 사람들과 커뮤니티를 만들어 협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목공 기술을 이용한 수입을 창출할 수 있으며 선교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목공 협동조합 꾸려 일과 선교도
목공반 강의는 총 480시간으로 구성된 커리큘럼으로 약 5개월 동안 진행된다. 톱질을 비롯해 망치질과 대패질 등 기본 목공 기술을 배울 수 있다. 오전에는 이론을 배우며 오후에는 실내 장식과 가구 조립 등 실습이 이어진다. 수강생은 기술을 익혀 국가 전문직 자격증인 ‘건축 목공기능사’에 도전한다. 이날 강의에는 자격증 취득을 위한 목공 응용기술 관련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목공반은 자비량에만 초점을 둔 것은 아니었다. 수료생과 수강생 24명이 뭉쳐 '우드스페이스'라는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지난 8월 출범한 우드스페이스는 공사를 함께하는 협업의 수단을 뛰어넘어 선교도구가 되고 있다. 올해만 국내 선교를 두 차례나 다녀왔다. 목공교육 강사인 전민재(늘푸른목천교회) 목사는 "경남 남해에 있는 한 개척교회가 물이 새고 보수가 필요하다고 해 봉사에 나섰다"면서 "수료자가 더 많이 배출된다면 해외 선교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귀띔했다.
전국에서 달려오는 목회자들
서울장신대 목공반은 교내 인기강좌로 자리매김했다. 전 목사는 1기생 수료 이후 전화 문의가 2~3배 늘었다고 밝혔다. 실제 목공을 배우려고 먼 거리에서 달려온 목회자들이 많았다.
전날 건축 목공기능사에 합격한 이준우(고양 더기쁨교회) 목사는 "저 같은 개척교회 목회자에게 생계는 가장 큰 이슈다. 배달을 비롯해 대리운전, 에어컨 설치 아르바이트까지 해봤다"면서 "목공은 직업적 안정성과 필요한 곳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라며 "기회가 닿는다면 목공 기술이 필요한 분들에게 사역적으로 돕고 싶다"고 말했다. 임종철(부천시민교회) 목사는 "종강이 가까워질수록 아쉬움이 밀려든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광주=글·사진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