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천국’인 한국에서 닭은 마릿수 기준으로 가장 많이 사육하는 가축이다. 육용 닭(육계) 농가는 보통 30일 전후로 사육한 뒤 출하하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일은 출하하는 육계의 체중이다. 가공된 닭고기를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하림 등 계열화 사업자들 입장에서는 일정한 닭 체중이 곧 품질이다. 계약한 것보다 무게 차이가 크게 나면 육계 농가에 불이익도 준다. 때문에 육계 농가는 사람을 고용해가면서까지 주 단위로 육계의 무게를 재 왔다. 사육동 1개 당 1~2명이 필요한 만큼 인건비를 써야 했다.
앞으로는 이런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28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사육동 내에 설치한 3차원 입체 카메라로 수집한 영상을 통해 개체의 무게를 가늠하는 기술이 상용화 직전이다. 농진청은 계열화 사업자인 마니커의 계열 농장 중 한 곳을 테스트베드로 삼아 5360건의 영상 등 자료를 확보했다. 이를 토대로 실제 체중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시험 결과 정확도는 94.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굳이 사람 손을 빌리지 않아도 상당히 정확히 무게를 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온도와 습도 등 닭 사육 환경을 실시간 확인하는 기술도 개발됐다. 모든 정보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확인할 수 있다. 육계를 키우는 축산인들 입장에선 사육동 내 모든 상황을 수치로 확인하게 돼 사육이 좀 더 편해질 수 있다.
농진청은 내년 초까지 카메라 성능을 높이는 등 개선 작업을 통해 체중 예측과 환경 측정 정확도를 높일 계획이다. 작업이 완료되는 대로 육계 농가들이 앱을 사용할 수 있도록 상용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앱이 상용화되면 7만 마리를 키우는 육계 농가 기준으로 연간 126시간의 노동력을 줄일 수 있다고 농진청은 추산했다. 인건비는 연간 108만2000원 정도 절감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농업 분야 트렌드인 ‘스마트화’의 결과물 중 하나다. 다만 기술 개발이 되더라도 실제 현장에 적용하는 건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농진청은 이에 스마트농업과 관련한 교육을 보다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농산물에 치중된 스마트농업 관련 교육 프로그램도 축산 분야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농진청 관계자는 “스마트농업 관련 농업인 역량 강화는 해당 기술의 현장 적용으로 이어져 농가 소득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