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올 확률은 50%. 몇 번을 던져도 마찬가지다. 아홉 번 모두 앞면이 나와도 열 번째에 앞면이 나올 확률은 역시 50%다. 기적적으로 99번 모두 앞면이 나와도 100번째에 앞면이 나올 확률은 여전히 50%다. ‘앞면이 계속 나왔으니까 다음번에도 앞면이 나올 거야’라고 생각하면 확률의 기초도 모르는 바보다. 확률은 이전의 결과와 무관하기 때문이다. 로또 복권도 마찬가지다. 45개의 숫자 중 하나가 나올 확률은 똑같이 45분의 1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추첨이 1000회가 넘었으니 역대 당첨번호를 보면 자주 나온 숫자가 있기는 할 것이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정한 패턴을 발견하는 것도 가능할지 모른다. 홀수회 추첨에서는 짝수가 많이 나왔다든지, 10월 추첨에서는 매번 45가 나왔다든지, 50회 간격으로 30번대 숫자가 자주 나왔고 100회 간격으로 10번대 숫자가 자주 나왔다든지, 여러 가지 패턴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패턴은 전부 우연이 만들어낸 가짜다. 로또 당첨번호 예측은 사기다.
주식은 어떨까. 가격이 급격히 오르면 차익 실현 매물이 늘어나고 가격이 많이 떨어지면 반발 매수가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주가를 결정하는 요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실적, 경기, 환율, 금리는 물론 전쟁, 팬데믹 같은 돌발변수, 그리고 종잡을 수 없는 인간의 심리까지. 과거의 주가 변동에서 일정한 패턴을 찾을 수 있다 해도 그것은 동전 던지기와 로또 복권의 패턴처럼 가짜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 주가 변동에 일정한 패턴이 존재한다면 지구상의 누군가는 AI 따위를 사용해서 이미 그것을 찾아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가 거래에 개입하는 순간 그 개입 자체가 주가를 변동시키고 패턴은 무너진다. 주가 변동의 패턴은 주가를 예측하는 자의 개입을 상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가는 다시 예측 불가의 영역으로 돌아가고 기껏 알아낸 패턴은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다.
‘타임 패러독스’라는 말이 있다. 내가 과거로 돌아가 과거를 바꾸면 그 영향은 즉각 현재의 나에게 돌아올 것이다. 행동에 따라서는 나라는 존재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 나라는 존재가 사라지면 시간 여행을 떠나는 것도 불가능할 테고 과거를 바꾸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처럼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 모순에 봉착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믿음도 모순이기는 마찬가지다. 먼 옛날부터 어떤 이는 하늘의 별자리를 관찰하며 미래를 예측하려 했고, 어떤 이는 날씨의 변화를 관찰하며 미래를 예측하려 했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두 가지 전제가 있어야 한다. 첫째, 자연의 변화는 인간의 변화와 연관된다. 둘째, 과거의 패턴은 미래에도 반복된다. 전제부터가 틀렸으니 결론이 맞을 리 없다. 과거의 천문과 기상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려는 시도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농부가 밭을 갈고 있었다. 어디선가 토끼가 달려와 밭 가운데에 있는 나무 그루터기에 부딪혀 목이 부러져 죽고 말았다. 농부는 그날부터 농사를 집어치우고 그루터기를 지켰다. 토끼가 달려오기를 기다리면서. 하지만 토끼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고, 농부는 온 나라의 웃음거리가 됐다. ‘한비자’에 나오는 수주대토(守株待兎)의 고사다.
과거는 일정한 패턴으로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똑같이 반복되지는 않는다. 현재는 과거에 일어난 수많은 우연의 산물이며, 미래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우연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똑같이 반복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믿으며 수주대토하는 어리석은 사람의 존재뿐이다.
장유승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