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22일부터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가 법적으로 의무화되면서 국내 게임사들이 새로운 수익 모델(BM) 창출에 힘쓰고 있다. 그간 게이머들이 강하게 비판해온 ‘Pay To Win(돈을 써야 이김)’을 최대한 배제하는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이란 게임에서 우연적 확률에 따라 보상을 획득하는 시스템을 뜻한다. 그동안 게이머들은 극악의 확률로 최상위 아이템을 뽑는, 도박에 가까운 일부 게임의 플레이 방식에 불만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즐거움이 아닌, 무작위로 제공되는 아이템의 잭팟을 기대하는 기괴한 시스템은 게임의 본질과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이런 문제의식은 급기야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를 의무화하는 게임산업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로 이어졌다. 개정안에 따라 게임 사업자는 내년 3월부터 게임, 홈페이지, 광고·선전물 등에 확률형 아이템 종류와 확률 정보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규제가 본격화하자 게임사들은 확률형 아이템 의존도를 낮춘 BM 연구에 힘을 싣고 있다. 수년간 문제로 대두돼 온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이용자의 피로도가 극에 달한 만큼 BM 개혁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게임 진척도에 따라 보상하는 ‘배틀 패스’ 같은 구독형, 광고 제거 등을 담은 ‘월정액’ 상품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리니지 시리즈’로 유명한 엔씨소프트는 다음 달 7일 출시하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쓰론 앤 리버티(TL)’에 배틀 패스와 동일 등급 장비의 강화 레벨을 이전할 수 있는 전승 시스템 도입으로 변화를 꾀했다.
넷마블은 게임 내 광고를 제거하는 월정액 시스템을 도입했다. 대표적인 게임이 지난 9월 출시한 방치형 게임 ‘세븐나이츠 키우기’다. 이 게임은 출시 후 월정액 결제 비율이 크게 증가하며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2위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PC·콘솔 플랫폼 위주의 패키지 게임에 주력하는 게임사도 있다. 게임을 플레이하려면 최초에 결제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대표적으로 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버’(사진)는 국내 최초 싱글 패키지 누적 판매 200만장을 돌파하며 크게 주목 받았다. 네오위즈의 ‘P의 거짓’은 지난 9월 출시 후 한 달 만에 100만장 판매에 성공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냈다.
김정태 동양대 교수는 “앞으로 게임사는 새로운 BM을 찾는 게 불가피하다”면서 “이제는 게임도 OTT 플랫폼처럼 구독제나 월정액제가 자리 잡는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또 “콘솔 게임의 DLC(다운로드 가능 콘텐츠) 모드처럼 확실하게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수익 모델을 정착하는 게 중요하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게임사가 초기 서비스할 때부터 완성도가 높고 공을 들인 게임을 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