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파리바게뜨 ‘佛타오르네’

입력 2023-11-28 04:03
최근 방문한 파리바게뜨의 프랑스 5호 매장인 몽파르나스점(왼쪽 사진). 현지화를 위해 파리바게뜨의 시그니처인 푸른색을 버리고, 파리 길거리와 어울리는 갈색과 회색으로 매장 외관을 꾸몄다. 빵 진열대엔 프랑스 인기 디저트인 밀푀유, 페스추리 등이 자리를 채우고 있다.

“파리바게뜨 빵은 파리 빵 맛의 평균보다 높다”

최근 프랑스 파리의 파리바게뜨 몽파르나스점에서 만난 샹카르트(55)씨는 이렇게 말하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파리에 거주하는 인도계 프랑스인인 그는 적어도 한 달에 한번은 이 매장을 찾는 단골 고객이다. 그의 테이블 위에는 깨끗이 비운 빵 트레이 두 개와 커피잔이 놓여있었다. 그와 함께 온 루시엔(52)씨는 “오늘 먹었던 크로크무슈가 특히 맛있다”며 집으로 포장해갈 크루아상을 따로 주문해 챙겼다.

파리의 랜드마크 몽파르나스 타워 앞, 교차로 대로변에 위치한 이곳은 지난해 문을 연 파리바게뜨의 프랑스 5호점이다. 주말 오후 방문한 매장에는 신문을 들거나 아이를 업은, 현지인인 듯한 손님들이 끊임없이 드나들었다. ‘파리바게뜨’하면 연상되는 푸른색이 아니라 갈색과 회색으로 꾸며 파리의 길거리와 자연스레 어우러진 모습이었다.

매장의 주요 인테리어 색깔뿐만 아니라 빵 매대 역시 한국과는 사뭇 달랐다. 국내에선 ‘필수 메뉴’인 소보로, 단팥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프랑스의 인기 디저트인 밀푀유, 페이스트리 등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인테리어와 메뉴를 모두 프랑스 시장에 맞춘 결과다. 레시피 역시 현지의 숙련 제빵사를 고용해 전통 프랑스식을 따랐다. 아들과 함께 매장을 방문한 루이즈(43)씨는 “한국 브랜드인 줄 전혀 몰랐다. 길을 가다 빵이 맛있어 보여서 들어왔다”고 말했다.

149㎡(약 45평), 67석 규모의 크지 않은 매장이지만 테이블은 거의 모두 손님으로 차있었다. 대부분은 혼자 혹은 둘이 앉아 빵과 커피를 즐기고 있었다. 노트북을 펴놓고 함께 무언가를 의논하는 듯한 학생들도 있었다.

프랑스 내 파리바게뜨에서 가장 잘 팔리는 인기 메뉴는 프랑스 전통 베이커리. 바게뜨, 크로아상, 빵오쇼콜라가 순서대로 판매량 상위 1~3위를 차지한다. 한국 출신 빵이 베이커리의 본고장에서 나고자란 파리지앵들에게 인정을 받은 셈이다.

파리바게뜨는 프랑스 매장을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로 활용해 적극적으로 유럽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달에는 프랑스 인기 축구 구단인 ‘파리 생제르맹’과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프랑스 축구 리그인 리그앙에서 파리바게뜨 빵과 디저트 시식 기회를 제공하고, 파리 생제르맹 소속 인기 선수와 협업한 굿즈와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등 해외에 위치한 파리바게뜨 매장은 모두 500여개다. 지난해에 파리바게뜨의 해외 매출은 약 600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베이커리 시장의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SPC는 해외 시장 공략에 힘쓰고 있다. SPC 관계자는 27일 “국가별 현지 시장 상황과 식문화 특성 등 여러가지 요인들을 고려해 맞춤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기존에 진출한 국가 외 다른 나라로도 적극적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글·사진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