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고발사주 의혹’ 손준성 검사장에 징역 5년 구형

입력 2023-11-28 04:03
사진=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으로 기소된 손준성(사진) 검사장에게 징역 총 5년을 구형했다. 공수처는 “수사기관 신뢰를 떨어뜨린 국기문란 행위”라고 했지만, 손 검사장은 “검사로서 양심에 어긋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공수처는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옥곤) 심리로 열린 손 검사장 결심공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징역 3년, 공무상 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나머지 혐의에 징역 2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공수처는 “피고인 본인이 ‘채널A 사건’에 관여됐다는 의심을 받아 감찰·수사 대상이 될 위험에 처하자 고발장 등을 전달한 것”이라며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비호와 본인의 감찰 무마를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을 엄벌해 국가 기강을 제대로 세우지 않으면 검찰권을 사적으로 남용하는 국기문란이 계속되고 국가 미래는 암울하기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손 검사장은 최후진술에서 “(국민의힘) 김웅 의원과 공모해 고발사주한 적이 없음을 분명히 말한다”고 밝혔다. 손 검사장 변호인은 “이 사건은 1·2차 고발장 작성자와 첨부 자료의 출처가 불명으로 제3자 개입 가능성이 있다”며 “제3자 존재 가능성이 높은데 공수처가 고발장 작성자를 특정하지 않은 건 실패한 수사이며 무책임한 기소”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서 출발한 고발장 초안 등이 김 의원을 거쳐 전달된 건 어느 정도 확인된 게 아닐까 싶다”며 “고발장이 검찰 내부에서 작성된 건지, 피고인과 김 의원 사이 제3자 개입 가능성이 있는지가 중요 쟁점”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에게 전달된 텔레그램 메시지에는 ‘손준성 보냄’이라는 자동생성문구가 있었고, 최초 발신자임을 나타내는 이 문구는 공수처 기소의 핵심 근거가 됐다. 하지만 손 검사장 측은 해당 메시지가 제3자를 거쳐 전달됐을 가능성을 줄곧 주장해 왔다. 공수처는 “텔레그램 전송 시간이나 패턴, 손 검사장이 ‘제보자X는 지○○임’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점 등을 보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손 검사장은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범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과 채널A 사건 제보자의 실명 판결문 등을 텔레그램 메신저로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 후보와 주고받은 혐의 등으로 지난해 5월 불구속 기소됐다.

공수처는 손 검사장 수사 과정에서 체포영장을 한 차례, 구속영장을 두 차례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된 바 있다. 손 검사장에 대한 1심 선고는 다음 해 1월 12일 열린다. 이번 사건은 공수처가 약 7개월간 조직의 명운을 걸고 수사해 직접 기소한 ‘2호 기소 사건’이다. 만약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될 경우 공수처 수사력 부족 논란이 재점화될 수 있다. 공수처가 기소한 나머지 두 사건은 모두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양한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