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과 희망이 희미해지는 흑암의 시대다. 기상 이변과 전쟁 등 세계 곳곳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은 암울하기 그지없다. 엊그제 계묘년 새해가 밝았던 것 같은데 벌써 연말이다. 교회는 ‘빛과 소금’(마 5:13~14)의 사명을 잘 감당해왔을까. 세상의 물음에 교회가 답하기에 앞서 교회 스스로 자성할 때라는 목소리가 높다. ‘진리본색’(국민북스)의 저자인 산마루교회 양병모(67) 목사를 지난달 26일 경기도 여주 교회에서 만났다. 서울 영등포에 있던 교회는 3년 전 이사해 지금은 전원교회로 변신해 있었다.
양 목사는 우리 시대의 예수 이야기인 ‘하나님의 아들’(국민북스) 등 10여권의 책을 펴내며 ‘예수를 만났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육군사관학교(35기)와 연세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한 양 목사는 진리에 대한 열정에 사로잡혀 25년간의 군 생활을 마감하고 성결대 신대원에서 신학을 공부, 교회 사역과 함께 에메트성서연구원 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양 목사는 일반적인 선지식의 고정관념을 내려놓고 ‘지혜와 지식의 모든 보화’(골 2:3)이신 그리스도에게 길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스도야말로 약속하신 ‘진리의 영’(요 14:17)이요 거룩한 ‘새 영’(겔 11:19)이시기 때문이란다. 혼돈과 공허 속에서 길을 잃은 자들에게 ‘내비게이션’이 되어주시려고 오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구약의 사울과 다윗의 차이점에 주목했다. 사울은 하나님께 묻지 않고 자기 생각을 따라 불의를 행했으나, 다윗은 매사에 하나님의 뜻을 구하였기에 하나님의 ‘마음에 맞는 사람’(행 13:22)이라 불렸다는 점을 강조했다. 양 목사는 솔로몬처럼 ‘듣는 마음’(왕상 3:9)을 구하며 사무엘처럼 옷깃을 여미며 엎드리고 기도하자고 권면했다.
양 목사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혹한 전쟁과 끔찍한 자연 재앙에 대해 크리스천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해 한마디로 “성경은 ‘하늘의 뜻을 땅의 자연과 역사 속에 담아놓은 것’(사 55:9)임을 잊어선 안 된다”고 했다. ‘창세부터 감추인 것’(마 13:35)이란 표현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했다.
양 목사는 지구를 포함한 우주 만물은 하나님의 손길 아래 질서 있게 운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므로 사계절의 변화나 풍수해도 필요에 따라 허용한 하나님의 섭리이므로 하나님을 신뢰하면서 보이는 현상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나님의 시각에서 중요한 것은 사람이며 그것도 영원으로 이어지는 마음(魂)의 상태이지요. 육신의 속성대로 살려고 하는 옛사람(겉 사람)과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아가려는 새 사람(속사람) 간에 전쟁이 나고 지진이 나야 합니다.”
양 목사는 사도 바울의 탄식은 마음 땅의 상태가 얼마나 치열한가를 잘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곧 마지막 때는 옛사람의 마지막을 뜻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육신의 속성을 끝장내는 마지막 시기를 지나야 새사람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몸의 행실이 죽어야 영의 속성을 덧입는 것’(롬 8:13)이 하나님의 섭리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십자가가 세워진 골고다도 이렇게 자기중심의 ‘정욕과 탐심’(갈 5:24)을 끝장내는 곳이라는 것이 양 목사의 설명이다.
대한민국은 전후(戰後) 짧은 기간에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음에도 자살과 이혼이 증가하는 등 사회적 역기능이 발생하고 행복 지수도 상대적으로 낮다. 양 목사는 이에 대해 하나님에 대한 갈망이 식었기 때문이라며 신명기 말씀을 소개했다. “네가 먹어서 배부르고 아름다운 집을 짓고 거주하게 되며 또 네 소와 양이 번성하며 네 은금이 증식되며 네 소유가 다 풍부하게 될 때 네 마음이 교만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잊어버릴까 염려하노라.”(신 8:12~14)
양 목사는 ‘애굽’을 떠나 ‘가나안’이라는 교회 안에 들어오긴 했지만 여전한 애굽의 속성, 곧 옛사람의 악하고 추한 속성이 버티고 있는 현실을 꼬집었다. 안락함에 처하면 안주하고자 하는 욕망으로 하나님을 향한 간절함이 줄어들기 마련이라고 했다. 이런 속성 때문에 신자들은 자신의 인생에 광야 생활을 만나고 고난에 처하게 될 때 연약함을 깨닫고 하나님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또 경제적 번영과 안락함이 신앙의 최종 열매인 것처럼 ‘하나님의 능력과 성경을 오해하는’(마 22:29) 신앙의 이완(弛緩) 현상을 극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목사는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면서 대면 예배의 대안이 됐던 영상 예배가 아직도 견고하게 자리를 잡은 것에 대해 “과연 이런 예배를 하나님이 기뻐하실까요”라며 반문했다. 그러면서 양 목사는 사마리아 우물가에서 만난 예수님과 여인의 대화를 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여인은 예배 장소가 ‘그리심 산인가 아니면 예루살렘인가’(요 4:20)를 물었지만 예수님은 ‘영과 진리로 드리는 예배’(요 4:23)라 답했다. 이는 예배의 본질이 장소나 격식의 문제가 아니란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곧 대면이나 영상이냐의 문제가 아닌, 더 중요한 본질이 있다는 것을 말씀하신 것이라는 얘기다. 예배는 하나님과의 만남이며 회복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 하나님이 임재하셔야 하는데 하나님은 언약궤 위, 곧 진리가 선포되는 곳에 임재하심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리가 무엇인가. 양 목사는 진리의 고대 그리스어는 ‘알레데이아’로 ‘감추어진 게 없는 것, 숨겨진 게 없는 것’이 원래 뜻이라고 풀이했다. 사도 바울이 고린도 교회에 보낸 두 번째 편지에서 ‘율법에 덮인 수건’(고후 3:13~18)을 언급한 이유와 같은 것이라고 했다. 본질의 뜻인 진리를 잃어버린 채 ‘율법 조문’(고후 3:6) 자체에 붙들려 외식으로 갔기 때문이란다. “복을 단지 보이는 재물의 복으로 오해하고 마음(혼)의 정결법을 ‘몸의 정결법으로 오해’(마 15:11)하여 몸과 손만 열심히 씻었던 것입니다.”
양 목사는 예수님은 죽은 혼의 부활을 몸의 부활로 오해한 자들에게 ‘성경도 하나님의 능력도 오해했다’라며 안타까워하셨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나님은 ‘요나의 표적’(마 12:39)을 통해 육신의 속성이 죽는 것이 표적이라 하건만 여전히 인간은 보이는 이적과 기적에 열광한다는 것이다. “예수님은 이처럼 신앙의 열매를 외적인 형태로 맺어진 것으로 오해해 ‘불법’(마 7:23)으로 가는 자들을 구원하려고 오신 것이지요.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이유는 ‘진리에 대해 증언하기’(요 18:37) 위해서라는 점을 깊이 새겨야 합니다.”
한국교회도 이미 유럽 교회처럼 쇠퇴의 길에 접어들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양 목사는 이런 위기 극복 방법으로 ‘오직 성경으로’의 기치를 들고 일어났던 종교개혁 같은 혁신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오직 진리로’라는 기치를 들고 말씀의 본질로 들어가 우리 신앙 곳곳에 남아있는 외식을 벗어버려야 한다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양 목사는 ‘천국’은 죽어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이 땅에서 선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양 목사는 나아가 기도의 갱신도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재물을 구하는 기복적이며 이교도적인 기도를 즉시 멈추고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회개의 길로 인도하는 진리에 의지해 기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 가슴을 치며 회개한 세리와 같이 처절하게 기도할 것을 주문했다.
“한국교회는 서구 교회의 쇠퇴를 반면교사 삼아 다시 일어서야 합니다. 크리스천은 이 시대에 감당해야 하는 사명이 있어 대한민국의 부르심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나라는 선교사들의 피와 땀으로 세워졌으며 국회 개원식을 기도로 시작했습니다. 풍전등화의 위태로운 때마다 하나님의 손길이 오늘까지 인도하셨음을 결코 잊어선 안 됩니다. 일어나 빛을 발해야 합니다.”
양 목사는 이날 ‘안식일의 주인’(눅 6:1~11)이라는 제목으로 주일 설교 말씀을 전했다. 찬양과 기도로 시작된 예배는 2시간이 넘었지만, 교인들의 눈가엔 미소가 흘렀다. 점심 식사와 교제 후 조별 나눔과 중보기도가 끝난 시간은 오후 3시였다. 40여명의 교인은 강원도 홍천과 춘천, 경기도 파주, 서울 등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달려와 뜨거운 예배를 드렸다. 안식일의 주인이 예수 그리스도임을 다시 확인한 이들은 한 주간 살아온 은혜와 영적 전투의 경험을 나누고 다음 주일에 만날 것을 약속하고 흩어졌다. 산마루에 올랐다가 돌아가는 교인들의 발걸음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빛이 보이는 듯했다.
여주=글·사진 윤중식 종교기획위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