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으로 고심 중인 정부가 술에 매기는 세금인 ‘주류세’를 조정하는 방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서민 술인 소주가 포함된 증류주에 붙는 세금을 낮추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 판매 가격을 낮추겠다는 심산이지만 비판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2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증류주에 ‘기준판매율’을 적용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기준판매율은 개별소비세 과세표준을 정할 때 적용되는 비율을 말한다. 현재 국산 주류는 제조원가에 광고·인건비 등을 합한 금액을 과세표준으로 보고 여기에 특별소비세 개념인 ‘종가세’를 적용하고 있다. 세율은 72.0%로 고정이다. 과세표준이 3만원인 술이라면 여기에 세금이 2만1600원 붙게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용 소주 물가는 1년 전보다 4.7% 비싸졌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1000원 단위로 소줏값을 올리는 행태가 만연해 있다. 기재부는 급등한 소줏값을 잡기 위해 인위적 방식인 세 부담 완화를 통해 가격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실제 기재부 안대로 기준판매율을 적용하게 되면 종가세에 더해 개소세 할인율이 중복 적용된다. 개소세는 일괄적으로 세율 10.0%를 부과하는 부가가치세처럼 기준판매율을 적용한 과세표준을 토대로 세율을 매긴다. 가령 현재 정부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 기준판매율 30~40%를 따르면 출고가 3만5000원인 증류식 소주 화요는 반값 가까이 가격이 내려간다.
문제는 이 같은 조치가 개소세 도입 취지와 어긋난다는 점이다. 개소세는 담배, 도박 등 국민 건강을 저해해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특정 품목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개소세를 소주에 적용하면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세금을 줄여 소비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모순적인 형태가 된다.
효과가 있을지도 미지수다. 식당에서 ‘부르는 게 값’인 소주를 세금을 낮췄다고 1000~2000원씩 인하할 거라는 근거가 부족하다. 정부가 유류세를 깎으며 기름값 인상에 대응했지만 이를 반영하지 않은 주유소 사례가 다수 적발된 바 있다.
세수만 줄어드는 거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주류세수는 3조5730억원이다.
기재부 안대로라면 가뜩이나 부족한 세수가 더 줄게 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교수는 “소주는 사회적 비용 많이 드는 제품이라 관리가 필요한 대상”이라며 “세 부담을 지나치게 완화하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