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2차전지 자원 개발… ‘에너지 기업’ 변신 나섰다

입력 2023-11-28 04:07
연합뉴스

한때 재계 서열 11위까지 올랐다가 2013년 해체된 STX그룹의 지주회사였던 ㈜STX가 종합상사를 필두로 부활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2차전지 핵심 원료인 니켈·리튬 등을 개발해 에너지·자원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STX는 올해에만 인도네시아와 페루, 브라질, 몽골 등 ‘자원 부국’에서 광물 개발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잇달아 내놨다. 전기차·배터리 시장 확대로 성장 기대감이 높아진 광물 시장에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적자인 상황에서 유동성 확보를 위해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등 재무건전성에는 물음표가 따라붙고 있다. 그룹 해체 이후 STX는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다 2018년 사모펀드 APC머큐리가 인수한 상태다.

STX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자연)과 함께 현지 자원 개발·투자회사인 SG그룹과 희소금속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27일 발표했다. 몽골 리튬 광산 운영사인 아르비지히 차히올과도 광산 개발 협약을 체결했다고 했다. STX는 “협약 기업들과 리튬과 텅스텐을 중심으로 광물 탐사·생산·판매 전 과정을 협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STX는 최근 원자재·광물 공급망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연이어 쏟아내고 있다. 지난 13일엔 페루 및 브라질 현지 파트너사와 리튬 광산 개발·정광(고순도 광물) 거래를 위한 3자 협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페루 리튬 광산에 대한 지분 투자를 진행하고, 브라질 리튬 정광의 운송·판매 장기계약(오프테이크) 권한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지난 8월에도 인도네시아 현지 파트너사와 합작회사(JV)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이달 22일엔 원자재·산업재 B2B 플랫폼인 ‘트롤리고’도 론칭했다. STX 관계자는 “2차전지 핵심 자원 공급망 구축의 중심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을 빠르게 실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물 자원 개발 기대감에 STX 주가도 출렁였다. 이날 몽골 자원 투자 소식이 전해지자 STX 주가는 전일 대비 8.29% 급등한 1만5290원에 마감했다. 페루·브라질 리튬 투자 계획을 내놓은 지난 13일엔 상한가를 기록했다.

다만 STX의 취약한 재무 구조는 불안 요소로 거론된다. STX는 지난 3분기 영업손실 54억원, 당기순손실 78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3개 분기 모두 적자를 면치 못했다. 부채비율은 460%에 달한다.

STX는 유상증자를 통해 금융 채무를 줄이고 운영 자금을 확충한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공시했지만, 이달 3일에 540억원으로 규모를 조정했다. STX 관계자는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은 니켈과 리튬 등 2차전지 소재 구매 용도로 사용할 계획”이라며 “동남아시아와 남미,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자원 공급망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