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로 수업 열어… ‘구원론’ 핵심 교리 쉽게 풀어내 귀에 쏙

입력 2023-11-28 03:01
2024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이 끝났지만 대입 레이스는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이맘때 신학교 입학을 두고 진로를 고민하는 수험생과 학부모를 위해 취재진이 직접 나섰습니다. 일일 대학생이 돼 신학교 강의실로 들어가봤습니다. 신학과 졸업생은 모두 목회자가 돼야 할까요. 교회음악과는 실용음악과와 어떻게 다를까요. 국민일보 더미션이 한국을 대표하는 주요 신학교들의 친절한 입시 설명서를 제공합니다.

총신대 신학과 학부생들이 지난 21일 서울 동작구 총신대 종합관에서 ‘구원론’ 수업을 듣고 있다.

학생의 기도로 강의가 시작됐다. “오늘 수업을 통해 하나님의 구원 계획을 더 알아가게 해주세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했습니다.”

지난 21일 서울 동작구 총신대(총장 박성규) 종합관 7층. 기자는 총신대 신학과 학부생 65명과 인기 수업으로 꼽히는 ‘구원론’을 수강했다. 수강생은 20대 청년을 비롯해 40~50대와 탈북민, 여성 등 다양했다. 간암 투병 할아버지에게 자신의 간 60%를 떼준 김계명(22)씨도 같은 수업을 듣고 있었다(국민일보 3월 13일자 35면 참조).

“믿음 자체엔 어떤 능력도 없어요. 믿음의 대상인 예수 그리스도에게 능력이 있는 겁니다.”

구원론을 강의하고 있는 박재은 신학과 교수.

박재은 교수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는 이신칭의(以信稱義)를 강의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 교수는 “믿음은 구원의 능력이 있으신 예수께 나아가는 도구”라며 “예수를 믿었을 때 그의 의가 우리에게 전가된다”고 설명했다.

이후 다른 강의실에서 진행된 ‘히브리어2’ 수업. 학생들은 4~5명씩 그룹을 지어 안석일 교수의 히브리어 번역을 받아적고 있었다. 모두 다음 주 쪽지시험에 나오는 내용이었다.

히브리어 문장을 처음 접한 기자는 수업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교회에서 흘려들었던 ‘엘리엘리 라마 아자브타니(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십니까)’ 문장을 본 뒤 읽어보겠다고 나섰다. 손가락을 문장 왼쪽에 가리키고 따라 읽던 기자에게 안 교수는 “그렇게 읽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히브리어는 오른쪽부터 읽어야 했다.

다른 강의실에서 히브리어2 쪽지시험을 치르고 있는 신학생.

히브리어2 수강생들은 매주 쪽지시험을 친다. 이날 시험지엔 히브리어 단어 12개, 5개 문장 등이 있었다. 답안을 전부 채운 신학과 2학년 정홍현(가명·22)씨는 “신대원에 가기 전 심화 히브리어를 배우고 싶어 강의를 수강했다”며 “히브리어를 알아야 구약 원문을 볼 수 있는 만큼 언어는 미리 배우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오후 4시가 조금 넘자 다른 강의실에서도 수강을 마친 학생들이 빠져나왔다. 23학번 새내기인 박수지(가명·19)씨에게서 입학 동기를 들을 수 있었다. 박씨는 “다음세대 사역자가 되고 싶어 신학과에 왔다”고 했다. 학부 졸업을 앞두고 같은 대학 신대원까지 합격해 둔 전진(23)씨는 “외국 대학에서 공부하면서 신학을 연구하고 싶다. 일본 선교의 꿈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총신대 신학과 졸업생 10명 가운데 6명은 신대원에 진학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학과 측에 따르면 졸업생은 대학원 이외에도 로스쿨·일반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언론·기업·NGO 등에서 일하고 있다.

2024학년도 총신대 신학과 수시모집(정원 내) 경쟁률은 5.08로 지난해 경쟁률(3.82)과 비교해 상승했다. 학과장인 박 교수는 “신학은 지적 유희를 누리려는 목적으로 배우는 학문이 아니다. 목회자가 되기 위한 학문으로만 평가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회를 섬기고 싶은 학생들에게 신학과 입학을 적극 권한다”며 “절망을 토로하는 시대 속에서도 교회에 소망을 거는 학생이라면 신학생이 될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