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경찰기마대 관사에는 27일 적막감이 맴돌았다. 서울경찰청 경찰기마대는 이번 달을 끝으로 활동을 종료한다. 서울경찰청은 현장 치안 강화를 중심으로 하는 조직개편을 발표하면서 기마대 폐지를 공식 발표했다. 77년 역사의 마침표가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경찰기마대에서 약 10년간 근무한 류제석(51) 경위는 “역사의 마무리를 우리 팀이 하게 돼 영광이다. 뒷모습이 아름다울 수 있게 문을 멋지게 닫고 싶다”면서도 “국가가 땅을 매입하면 굴착기로 그 땅을 다 밀어버린다. 기마 경찰 폐지가 꼭 제게 그런 느낌”이라고 말했다.
현재 경찰기마대에는 7명의 경찰이 있다. 류 경위와 함께 10년 가까이 기마 경찰을 지켜온 이동현(52) 경위뿐만 아니라 전입해 온 지 반년도 안 된 신입 기마 경찰도 2명이나 있다.
류 경위는 “새로 온 친구들을 보면 처음 제가 왔을 때가 떠오른다. 말을 탈 줄 몰라 맨땅에 헤딩 식으로 승마훈련을 받았다”며 “미리 와 계신 선배들께 배우거나 영상 같은 걸 찾아보면서 독학했다”고 말했다.
경찰기마대는 1946년 2월 경찰관 100명과 마필 90두로 발족했다. 말을 타고 서울 시내를 돌며 순찰하는 게 주 업무였다. 6 25때는 전투에도 참여했다고 한다. 시위 통제에도 투입됐다.
해체가 확정된 상황에서 두 경위는 말을 아꼈다. 다만 “온 지 얼마 안 된 친구들에게 가장 미안하다. 4개월 정도 됐는데, 오자마자 사라지게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공식 활동 종료는 이번 달이지만, 마지막 순찰은 지난달 이미 끝났다. 류 경위는 “경찰서에 있을 땐 시민들이 항상 화나거나 슬픈 표정으로 경찰을 찾았던 것 같다. 그런데 기마 경찰에는 시민들이 웃으면서 다가왔다”고 말했다.
경찰기마대는 운영규칙 제21조에 따라 순차적으로 퇴역마 공매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경위는 ‘선진강군’ ‘레이스킹’ ‘뉴스카이’ 등 말들의 이름을 언급하며 “지금으로선 말들이 좋은 곳에 갈 수 있게끔 하는 게 이들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제대로 된 승마장이 없는 주인들은 퇴역마를 살 수 없게 꼼꼼하게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