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은행권 ‘과점 깨기’… ‘신규 플레이어’ 진입 첫 단추부터 지지부진

입력 2023-11-28 04:07
대구은행 간판 모습. 연합뉴스

공고한 은행 과점체제에 균열을 낼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DGB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내년으로 연기됐다. 일회성 상생금융 ‘시즌2’ 지원안은 연내에 발표될 예정이지만 은행권의 근본 문제인 과점체제 해소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2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7월 시중은행 전환 계획이 발표된 대구은행은 아직 인가신청서를 제출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 전환은 일러야 내년 1분기 중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이 상생금융과 별개로 은행 과점체제 해소를 주요 과제로 추진 중이지만 이 가운데 핵심 방안인 ‘신규 플레이어’ 진입은 첫 단추부터 지지부진한 것이다.

황병우 대구은행장은 지난 23일 대구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3년 하반기 경제동향보고회에서 “12월 말 금융 당국에 시중은행 전환신청서 제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3개월에 걸쳐 심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구은행은 특히 내부통제 강화 방안에 신경을 쓰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은행은 지난달 1662건에 달하는 불법계좌 개설을 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시중은행 전환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5대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체제가 국내 은행산업의 근본 문제라는 지적에 따라 추진됐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이 전 은행권에서 차지하는 예금 비중은 74.1%였다. 대출 비중(63.5%)과 자산 비중(63.4%)도 절반 이상이다. 이들은 별다른 노력 없이 ‘시장 나눠먹기’로 예대금리차를 이용해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된다고 해도 진정한 ‘경쟁 촉진자’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구은행의 당기순이익은 5대 시중은행 중 당기순이익이 가장 적은 NH농협은행과 비교했을 때 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대구은행이 5대 시중은행과 어깨를 견주기 위해서는 초반 파격적인 예·적금 금리 상품을 내놓아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몸집이 작은데 무리한 비용 부담을 지려다가 자칫 경쟁력을 잃고 고꾸라질 가능성도 있다. 원대식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독과점을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은행을 쉽게 인가해줬다가 경영이나 부실 대출 문제가 발생하면 우리 경제에 도움은커녕 더 큰 어려움을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은행 이후 제2, 제3의 신규 플레이어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점도 문제다. 금융 당국은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외에 네 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 출현을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은행이 주택담보대출에 몰두하고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라는 도입 취지를 도외시하고 있다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어 당분간 이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