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터전을 잃은 저에게 보증금 300만원은 절망에서 벗어날 동아줄 같았습니다. 집이 마련되니 기관이나 이웃들이 도움을 줘 생활의 안정도 찾아가고 있습니다. 건강도 회복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절망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요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경기도 성남의 분당우리교회(이찬수 목사)에 최근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올 상반기 화재로 집이 전소돼 교회로부터 대출금 300만원을 지원받은 김정길(가명)씨가 보낸 감사 편지였다. 이혼 후 가족들과 연락이 끊긴 채 홀로 생활하던 김씨는 집을 잃고 줄곧 차 안에서 생활했다고 한다.
절망에서 희망을 길어 올린 주인공은 김씨뿐만이 아니다. 이혼 후 홀로 사는 고유나(가명·59)씨도 지난달 28일 밀린 관리비를 낼 수 있었다. 교통사고를 두 차례 겪은 뒤 허리와 손목 통증으로 근로활동조차 어려웠던 고씨에게 교회는 밀린 관리비 10개월 치를 융통해줬다. 피부질환을 겪고 있는 조진혁(가명·11)군도 같은날 주거보증금 300만원을 지원받았다. 조군의 아버지는 지적 장애인이고 어머니는 필리핀 이주여성인데 집 안에 물이 새 곰팡이가 가득한데도 이사할 여력이 안 됐다고 한다.
이 교회는 올해로 10년째 ‘긴급구호뱅크’를 운영하고 있다. 2014년 우리나라 사회안전망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낸 ‘송파 세 모녀 사건’을 접한 뒤 팔을 걷어붙였다고 했다. 행정복지센터와 논의해 대상자를 지정하는데 긴급성을 최우선으로 따진다. 1회 지원 시 최대 지원 금액은 400만원. 매년 총 3억원을 들여 연평균 200차례 기금을 흘려보내고 있다. 27일 기준 올해만 157가구의 손을 잡아줬다. 이틀에 한 번꼴로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교회 측은 사역이 이렇게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교회 ‘이웃사랑분과’ 담당인 한승우 목사는 “애초 밑천이 소진되면 사역을 중단하려고 했다”면서도 “교회 안팎 후원자가 끊이질 않아 지금까지 긴급구호뱅크가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목사는 “평신도 20여명이 함께 사역하고 있는데 실제로 수혜자 가정에 직접 방문해 사정을 살핀다. 두 달에 한 번씩 주보에 사역 내용을 실어 성도들과 마음을 모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이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마 5:16) 이웃사랑분과가 모토로 삼고 있는 성경 구절이다. 한 목사는 “공적자금이 고갈되는 연말이라 그런지 상반기보다 도움 요청이 부쩍 늘었다”면서 “긴급한 상황에 처한 이웃들이 절망에서 벗어나 소망을 품을 수 있도록 계속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