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더듬어 찾기만 하면

입력 2023-11-28 03:11

교회는 기도하는 집이라고 부릅니다. 이는 그리스도인들이 교회에 모여서 해야 할 최우선의 과제가 기도임을 가르치시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물리적 공간을 넘어서 우리가 일상에서 주님을 의식하고 기도할 때, 우리를 통하여 그리스도의 교회가 이 세상 한가운데에서 이루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사도행전 17장 25절은 하나님을 “또 무엇이 부족한 것처럼 사람의 손으로 섬김을 받으시는 것이 아니니 이는 만민에게 생명과 호흡과 만물을 친히 주시는 이”라고 말씀합니다. 기도하지 않으면 우리는 이 사실을 잊어버립니다. 기도하지 않으면 우리는 내 생명과 인생이 내 것이라고 착각하면서, 숨 쉬는 것도 잊어버린 채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살아갑니다. 기도할 때에만 우리는 정신을 차립니다. 그리고 나의 생명과 호흡과 나의 모든 것을 주시는 분이 하나님임을 기억하게 됩니다. 기도는 나의 생명과 호흡과 나의 모든 것이 주님에게서 왔음을 기억하고 인정하는 거룩한 신앙고백입니다. 이러한 신앙고백이 이루어질 때, 그곳이 어디든 하나님의 교회가 세워지는 것입니다. 본문 26절도 “인류의 모든 족속을 한 혈통으로 만드사 온 땅에 살게 하시고 그들의 연대를 정하시며 거주의 경계를 한정하셨으니”라고 설명합니다.

이 말씀을 듣는 지금 시간, 우리가 숨 쉬는 이 시간이 바로 우리가 기도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이제 교회력으로 한 해가 마감되고 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소망하는 이 순간 이 자리가 우리가 하나님을 기억하고 기도해야 할 시간입니다. 사도행전 17장 27절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이는 사람으로 혹 하나님을 더듬어 찾아 발견하게 하려 하심이로되 그는 우리 각 사람에게서 멀리 계시지 아니하도다.”

언제나 내 옆에 계시고 내 호흡 가운데 계시는 하나님, 설거지와 육아와 출근길과 상품구매 중에도 가까이 계신 하나님, 나의 근심과 염려를 알고 가르치시고 지도하시는 하나님, 나의 과중한 업무를 아시고 힘주시는 하나님, 이런 하나님께서 올 한해 나와 함께 하셨습니다. 내가 지칠 때, 내가 아플 때, 내가 외로울 때, 내가 밥을 먹고 잠을 자고 물건을 살 때, 그 모든 숨 쉬는 순간마다 주님께서 나의 호흡의 사이에서 생기를 주시며 함께 하셨습니다. 한 해를 돌아보면 주님께서는 힘든 순간에도 즐거운 순간에도 내 옆에 아주 가까이 계셨고 나의 들숨과 날숨 가운데 계셨습니다. 당시에는 하나님께서 계시지 않은 것처럼 살았는데, 혼자인 줄 알고 내 마음대로 하기도 하고 혼자라고 외로워하기도 했는데. 지금 돌아보니 하나님께서는 내 옆에 가까이 계셨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제 기도 가운데 고백합니다. 주님은 저에게서 멀리 떨어져 계신 적이 없었습니다. 지금 차분히 돌아볼 때, 주님은 아주 가까이 계셔서 제가 더듬어 찾기만 하면 하나님을 언제든 만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것이 단지 성서의 말씀이 아니라 기도 가운데 만나는 우리의 고백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이 기도를 품고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의 대림을 기대하기를 바랍니다.

주님 오시옵소서. 오셔서 저를 당신의 선하신 뜻으로 통치하여 주시옵소서. 제가 숨 쉴 때마다 당신이 계심을 피부와 살갗으로 친밀히 느끼도록 도와주시옵소서. 더듬어 찾기만 하면 만날 수 있을 만큼 가까이 계신 주님을 만나기를 소망하는 대림의 절기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아멘.

오세욱 가온교회 목사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에 있는 가온교회는 한국기독교장로회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가온교회는 성찰적이고 영성적인 신앙훈련을 통해 일상을 하나님의 선교지로 삼고, 그렇게 살아가고자 마음을 모으는 안전한 환대의 공동체입니다. 지역사회와 함께 그물코학교, 그물코평화선교연구소를 운영해 나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