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의 성패가 마지막 기로에 섰다. 인요한 혁신위원회는 오는 30일 지도부와 중진·친윤계 의원들의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의결해 최고위원회에 제출한다. 조기해체 말고는 물러설 곳이 없는 혁신위의 결정이기에 김기현 대표도 더 이상 답변을 미룰 수 없게 됐다. 그 결과에 전략공천 원천 배제, 의원의 불체포특권 포기 등 지금까지 제시된 혁신안의 실현 여부가 달렸다. 이제 김 대표는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많은 지역구 의원 중 한 명이 아니라 집권여당 대표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위치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김 대표가 울산 지역구 의정보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자주 만난다. 하루에 3, 4번씩 전화도 한다”고 윤심을 앞세운 것은 적잖이 실망스럽다. 윤 대통령에게서 혁신안을 소신껏 추진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받았다고 말한 인 위원장에게 “윤심을 내세우지 말라”며 강하게 비난했던 김 대표이기에 더욱 그렇다. 윤심이 거론될 때마다 당 혁신의 취지와 방향은 실종됐다. 쇄신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대신 ‘용산발 물갈이론’같은 공천 갈등이 분출했다. 혁신위를 띄울 때 전권을 주겠다고 약속한 당 대표마저 자기 정치를 위해 혁신안을 거부하며 이전투구에 뛰어든다면 비난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은 기존 정당에 대한 실망감이 인내의 한계에 달한 상황이다. 정치인들은 누가 당권을 잡아 공천권을 갖느냐에 가장 큰 관심을 갖겠지만 국민들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혁신위가 다섯 번 내놓은 혁신안조차 특권의식에 빠진 잘못된 정치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국민들의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치는 게 현실이다. 많은 유권자가 혁신안이 하나씩 실현되는 것은 물론이고, 이를 기반으로 더 많은 개혁과 쇄신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이제 국민의힘 혁신은 지도부와 친윤계 의원들의 솔선수범과 자기희생에 달렸다. 시늉만 하는 혁신은 더 큰 실망을 불러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