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다음 달 9일 경기도 하남에 국내 여섯 번째 애플스토어를 개장한다. 애플은 올해에만 두 차례 한국에 직영 매장을 열면서 국내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애플 제품을 재판매하는 ‘리셀러’ 업체들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애플은 다음 달 9일 오전 10시 스타필드 하남에서 ‘애플 하남’이 문을 연다고 27일 밝혔다. 애플 가로수길·여의도·명동·잠실·강남에 이어 국내 여섯 번째 직영점으로, 경기도에 애플스토어를 여는 건 처음이다. 스타필드 하남은 신세계그룹의 대형 복합쇼핑몰로 주말 평균 방문객이 10만명을 넘는다.
최근 애플은 한국에서 오프라인 매장 확장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애플 하남이 문을 여는 건 지난 3월 ‘애플 강남’이 개장한 지 8개월여 만이다. 애플스토어 홍대점도 개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스토어는 자사 홈페이지에 매장 운영을 위한 채용 공고도 냈다. 매장을 관리하는 ‘스토어 리더’, 기기 수리를 맡는 ‘테크니컬 스페셜리스트’ 등을 채용하겠다는 것이다.
직영점 애플스토어가 서울과 수도권으로 진출하면서 리셀러 업체들은 생존 기로에 섰다. 서울 강남, 잠실, 명동 등에서 영업 중인 애플 공식 리셀러 ‘윌리스’는 이달 말부터 매장 문을 닫는다.
그런데 애플은 윌리스가 사업 포기 의사를 밝히자 이를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리셀러의 ‘밥그릇’을 위협하면서도, 수도권 외 마케팅 거점이 사라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리셀러는 본사를 대신해 소비자에게 재판매하는 업체로, 애플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애플스토어와 구분된다.
업계에 따르면 윌리스 매장은 또 다른 리셀러 ‘아이스토어’를 운영하는 넵튠코리아가 인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을 닫는 윌리스 매장 중 15곳은 영업 종료일 다음 날부터 아이스토어 브랜드로 바뀐다. 아이스토어 매장은 기존 6곳에서 21곳으로 늘어난다.
시장 점유율이 미미한 업체가 업계 1·2위를 다투는 대형 리셀러를 인수했다는 점에서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윌리스 매장 수는 아이스토어의 3배다. 더구나 넵튠코리아는 자본잠식 상태였다. 넵튠코리아는 윌리스 인수를 위해 외부 투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배경엔 서울과 수도권에 연달아 직영점을 열면서도, 지방 오프라인 매장 역시 포기하고 싶지 않은 애플의 속내가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애플의 마케팅 전략은 체험형 점포 운영이다. 애플스토어가 없는 지방에선 리셀러 매장이 체험형 점포 기능을 대신해왔다.
다만 애플이 국내 직영점을 확장하면서, ‘한국 홀대’ 논란이 사그라들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애플스토어가 한국에 들어온 건 2018년 ‘애플 가로수길’이 처음이었다. 당시에는 애플이 아시아권 국가 중 유독 한국에서 애플스토어 개장을 미뤄, 소비자들이 별도 수리업체에서 사후관리(AS)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조민아 임송수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