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월간 판매량은 2021년 6월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성장세를 기록했다. 신흥시장이 침체기에서 벗어나고 있는 영향이다.
27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했다. 월간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로 돌아선 건 2021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스마트폰 판매량은 27개월 연속 감소 추세를 이어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시작된 글로벌 경기 침체를 시작으로 스마트폰 시장은 부품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는 악재를 맞았다. 설상가상으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터졌다.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연 22억대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11억대로 내려올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증가하며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지난달 첫 4주간 중국 내 스마트폰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1% 늘어났다. 또 다른 최대 규모 시장 중 하나인 인도에선 축제 기간에 강한 성장세가 나타났다. 중국 샤오미의 인도 축제 시즌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배로 증가했다. 시장 조사업체 카날리스는 올해 중동,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지역에서 스마트폰 판매가 각각 9%, 3%, 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경우 화웨이의 복귀가 한몫했다. 화웨이는 2019년 미국의 제재로 인해 5G 통신용 반도체 제조·수입이 막혔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 접근할 수 없게 돼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쇠퇴기를 겪었다. 그러나 화웨이는 지난 8월 새로 출시한 ‘메이트(Mate) 60’ 시리즈의 호조에 힘입어 지난달 스마트폰 판매가 83% 급증했다. 메이트 60에는 중국산 5G 칩이 탑재되면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샤오미도 같은 기간 판매가 33% 늘었다.
카운터포인트는 애플의 늦은 신제품 출시도 반등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아이폰15 시리즈는 전작보다 일주일 늦은 지난 9월 12일 공개됐다. 이 때문에 지난달부터 아이폰 신작의 후광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났다는 시각이다.
내년 스마트폰 시장 반등 역시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산얌 차유라시아 카날리스 수석 분석가는 “내년 스마트폰 3대 중 1대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판매될 것”이라며 “인도의 수요 재상승에 힘입어 전년 대비 6%라는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